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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자극하는 ‘날것’의 거친 선

입력 : 2016-08-23 21:02:06 수정 : 2016-08-23 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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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전’ 연 서용선 작가 작가들의 ‘날 것’의 미학을 볼 수 있는 드로잉전이 늘고 있다. 창작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일상을 기록하거나, 단종과 마고신화 등 역사와 신화에 대한 연구자적 탐구여정을 담아온 서용선(65) 작가의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 전이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오는 10월2일까지 열린다.

“드로잉은 상상의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마고신화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전시장엔 마고신화와 관련된 책들도 전시되고 있다.

“마고신화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이 어떤 사람인가 근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소리에서 최초의 인류가 태어나고, 그것이 여성이었다는 마고신화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지리산, 태백산, 남해안 일대 등 마고신화의 흔적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무속과 신화가 연결되기도 한다. 민족의 이동에 따라 중국 등과 신화가 겹치는 부분도 주시하고 있다.

역사와 신화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서용선 작가가 목판 드로잉 앞에 섰다. 그는 “촉발된 상상력을 드로잉을 통해 고정화시킨다”고 말했다.
“탄생설화인 마고신화는 추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는 역사 속 인물이나 우리 신화와 관련된 연구문헌을 분석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 과거의 사건에 감정을 이입시킨 후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그에게서 또 다른 상상력을 확장시켜 준 소재는 도시다. 서울은 물론 여행을 떠났던 베를린, 뉴욕, 파리, 멜버른 등 도시와 도시민들의 모습이다. 드로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재료를 구하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면이나 과자 봉지, 전단 등 현지에서 구한 재료들 위에 자화상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오리거나 콜라주 형태로 붙인 드로잉들은 ‘그리기’라는 행위를 통해 낯선 도시에 적응해 가는 작가의 재치를 엿보게 한다.

“도시가 일상의 공간이 된 요즘 도시적 군상들은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자화상도 일기처럼 그려왔다. 작가로서 견딤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상 자화상 드로잉은 자기비판과 고백이라 할 수 있다. 작가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자의식이다.

“어떤 형태로든 드로잉들이 모이면 의미가 만들어진다.”

드로잉 선들은 굵기도 하고 때론 가늘기도 하다. 힘차고 끈질긴 모습이다. 삶이 허무한 것 같지만 하루하루 살아냄에서 의미가 주어짐을 안다. 그에게 드로잉은 인간의 한계와 창조의 상상력을 넓혀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서용선은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제1회 중앙미술대전(1978)에서 특선으로 입상하며 화단에 등장했다. 거침없는 선과 강렬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는 대형회화 작업을 비롯하여 설치, 공공미술 등 전 방위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8년 정년을 10여년이나 앞두고 서울대학교 교수직을 스스로 사임하고 전업 작가의 길을 택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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