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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없는 삶은 없다"…시한부 인생을 산 의사의 기록

입력 : 2016-08-24 14:31:49 수정 : 2016-08-24 14: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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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숨결이 바람 될 때'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누군가가 내 앞길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경외과 전공의(레지던트) 과정 수료를 앞둔 30대 젊은 의사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대학 교수가 돼 여유 있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삶에는 죽음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신간 '숨결이 바람 될 때'는 미국 의사 폴 칼라니티가 2년간 암 투병 생활을 하며 환자로서 느낀 감정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한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겪은 슬픔과 아픔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문학, 철학, 과학에 두루 관심이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직업인 의사는 선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인간의 생리적인 면과 영적인 면을 모두 탐구하려면 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의학대학원에 진학한다.

촉망받는 의사였던 저자에게 폐암 진단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환자의 죽음과 싸우는 것이 일이었지만, 정작 자신에게 죽음이 예고된 불치병이 찾아올지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의학적 통계에 따르면 36살에 폐암에 걸릴 확률은 0.0012%에 불과했다.

그는 "죽음 없는 삶은 없다"는 생각으로 꿋꿋하게 버티려 하지만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또 "의사였을 때는 행위의 주체이자 원인이었으나, 환자가 된 뒤에는 그저 어떤 일을 당하는 대상이 됐다"며 수동적 존재로 전락한 현실에 괴로워한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저자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간극을 경험한다. 그는 의사로서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병이 걸린 느낌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성한다. 아울러 병을 앓게 되면 시간을 항상 의식하고, 가치관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도 깨닫는다.

저자는 일시적으로 병세가 호전되자 전공의 과정에 복귀한다. 일생의 목표를 이루고 잠시나마 병을 잊기 위한 결단이었다. 또 부인과 이야기해 인공수정으로 아이도 가진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암 진단을 받은 지 1년 뒤 몸속에 퍼진 또 다른 암 덩어리를 발견하면서 죽음이 더욱 가까워졌음을 직감한다. 화학요법을 시작한 이후에는 식욕이 감퇴하고 기력이 떨어진 탓에 모든 의욕을 상실한다. 인생의 유한성에 굴복하고, 미래를 향해 뻗어 있는 계단에서 내려올 준비를 한다.

딸이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그는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다"며 딸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글을 끝맺는다.

에필로그는 마지막까지 저자의 곁을 지킨 부인 루시 칼라니티가 썼다. 그는 남편의 투병 생활을 회상하면서 "병마와 싸우는 데에서 의미를 발견했고, 힘들어했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흐름출판. 이종인 옮김. 284쪽. 1만4천원.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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