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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되치기의 기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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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4 22:50:51 수정 : 2016-08-24 22: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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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허점 파고드는 유도 기술
국면 전환에 그대로 사용돼
우 수석 의혹도 유출로 덮일라
난제 맡은 검찰 정공법 택해야
그끄제 끝난 리우 올림픽의 함성이 아직껏 귓전에 남아 있다. 성적만을 따진다면 유도만큼 아쉬움이 큰 종목도 없을 것이다. 양궁, 태권도, 배드민턴과 더불어 전통적으로 효자종목이었다. 남자 유도팀 선수 7명 중 4명이 세계 랭킹 1위였으니 기대가 컸다. 선수단은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내다봤다. 결과는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유도대표팀이 올림픽에 대비해 전략을 잘못 짠 탓이다. 그동안 선수들 세계 랭킹을 올리는 데에만 주력했다. 선수들을 오픈 대회와 월드컵 대회에 자주 출전시켜 포인트를 쌓았다. 올림픽에서 유리한 시드를 배정받기 위해서였다. 껄끄러운 일본 선수들과 일찍 붙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 결과 선수들 전력이 너무 노출돼 버렸다.

박희준 논설위원
60㎏ 세계 랭킹 1위 김원진 선수. 8강전에서 18위의 러시아 무드라노프 선수를 만났다. 경기는 초반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지도 2개를 받아 불리한 상황에서 시간만 흘렀다. 종료 27초를 남겨놓고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밭다리 되치기를 당해 한판패했다. 패자부활전에선 숙적 일본 선수에게 져서 동메달 결정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상대가 기술을 걸다가 원자세로 되돌아가려 할 때 되받아치는 되치기 기술. 되치기 기술은 무게 이동을 잘못해 중심이 무너질 때 당하기 십상이다. 김원진 선수도 너무 높은 자세로 급히 공격에 들어갔다가 되치기를 당했다.

이 기술이 유도의 세계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다. 얼마 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측이 이석수 특별감찰관에게 일격을 가하면서 사용한 기술이다. 이 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이튿날, 청와대는 특정 언론과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국기 문란”이라고 되받아쳤다.

이 감찰관도 우 수석 측의 되치기 역습을 예상했던 것 같다. 청와대 측에 빌미가 된 모 언론사 정보보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나(이 감찰관)도 저쪽(우 수석)을 보고 있지만 저쪽도 나를 보고 있다… 기술을 부릴 수 있는데 기술을 쓰면 되치기당해!” 그러면서 우 수석 처가의 농지 거래 합의서를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 감찰관으로선 기술다운 기술도 써보지 못하고 당한 격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민정수석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으니 제대로 감찰할 수 있었을까. 우 수석이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사정기관은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는 이 감찰관 하소연이 모든 걸 얘기해 준다.

당대 최고의 되치기 기술자들과 맞붙은 자체가 불운이었다. 그들은 이 감찰관의 수사기밀 유출 건을, 넥슨과 부동산 거래건에서 비롯된 우 수석 관련 의혹과 거의 같은 비중의 사건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2014년 정윤회씨의 국정농단 의혹 수사 때 본 그대로다. ‘7인회’라는 걸 내세워 ‘국정 농단’을 찌라시 문건 유출로 순식간에 바꿔치기했다.

난제 중의 난제를 떠안은 검찰이 딱한 처지다. 살아 있는 사정당국 총괄책임자를 검찰이 수사해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다. 이 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건도 함께 조사해야 할 판이다. “국기 문란”이라는 청와대의 성격 규정을 무시할 수만도 없다. 검찰 자체가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검사장 구속으로 만신창이 상태다.

검찰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되치기 기술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조력자로 나서는 게 그 하나다. 사문화하다시피 한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 공표죄를 살려내면 된다. 지금껏 어떤 검사에게도 적용하지 않던 조항이다. 여기에 우 수석은 “부르면 가야지만 어차피 ‘모른다, 아니다’밖에 (말할 게)없다”고 공언한 상태이지 않은가.

하지만 무리하게 기술을 쓰려다가는 분노한 여론에 되치기 당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정공법만이 검찰이 살길이다. 오히려 검찰의 결기를 보여줄 기회일 수 있다. 국민이 보고자 하는 건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실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따지고 보면 감찰내용 유출도 이 본질을 파헤치려는 과정에서 파생된 지류일 뿐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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