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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부모는 자식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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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24 22:46:06 수정 : 2016-08-24 22: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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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그대를 거쳐 이 땅에 온 것뿐, 그대가 창조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들 자체의 삶을 살아갈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그대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생각을 소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바논 시인 칼릴 지브란이 쓴 ‘그대는 활 아이는 화살’의 시구이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 아이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올바름의 잣대는 언제나 부모가 기준이다. 칼릴 지브란은 어른들의 일방적 훈육에 일침을 가한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기 때문에 아이들을 부모처럼 만들려고 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요즘 우리 가정교육의 실상을 보면 칼릴 지브란의 경고가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명된 1만1709건 중에서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80%에 이른다. 훈육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심지어 죽음으로 내모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자녀관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런 삐뚤어진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여성가족부와 정치권이 부모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부모의 역할, 좋은 부모가 되는 법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가 일거수일투족을 훈육한다고 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결코 아니다.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부모부터 먼저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논어에서 강조한 ‘부부자자(父父子子)’란 말 그대로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가 부모다우면 자식은 당연히 자식다워진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시인인 조지 허버트는 “아버지는 백 명의 교사 이상”이라고 했고, ‘인생 사색록’을 쓴 스토 부인은 “어머니의 가슴은 어린이의 교실”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자식의 학교이다. 자식 훈육에 앞서 스스로 ‘학교’부터 돌아볼 일이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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