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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 걸음 한 걸음… '정조의 효심'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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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07 14:00:00 수정 : 2016-10-07 13: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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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세계유산 둘러보기
경기 수원의 화성은 성곽을 따라 시원한 밤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이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 만하다. 수원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엔 전 세계에 내세울 만한 자랑스런 역사 유적이 많다. 차분히 자녀들과 함께 돌아보며 역사 공부를 할 곳이 수두룩하다. 그중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렇다고 너무 역사 얘기만 하면 재미없다. 역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온 인물이나,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한 장소들이 많으니 이런 얘기를 자녀와 함께하면 역사여행을 단순히 따분한 것으로 여기진 않을 듯싶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세계유산 다시 즐기기’라는 주제로 자녀와 함께 가볼 만한 유적지 등을 선정했다.

◆왕자 박보검의 로맨스와 정조의 효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자 주인공 박보검의 역할은 왕자다. 조선시대 실존했던 왕자 효명세자로 나온다. 효명세자는 조선 23대 임금 순조의 아들이다.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2세에 요절했다. 그의 묘는 경기 구리 동구릉에 있다. 서울의 북동쪽에 위치한 동구릉은 태조의 능인 건원릉을 시작으로 이후 하나씩 늘어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 효명세자의 묘인 수릉을 조성하면서 동구릉이 되었다. 동구릉은 4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성돼 왕릉이 변하는 과정이나 문석인과 무석인, 병풍석과 혼유석 등 조형물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봉분 하나에 한 분을 모신 단릉, 왕과 왕비를 함께 모신 합장릉, 봉분이 2기인 쌍릉, 정자각 하나를 중심으로 봉분이 다른 언덕에 있는 동원이강릉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구리 동구릉을 걷는 여행객들

경기 수원에서 가을에 가장 걷기 좋은 곳은 화성이다. 성곽을 따라 이어진 길이 운치 있고, 옛 성벽과 도심의 빌딩이 어우러진 경치도 볼 만하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으로 건축된 수원 화성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탄생시킨 계획도시다. 드라마 ‘이산’에서 배우 이서진의 역할이 바로 정조다.
수원 성벽 따라 산책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무덤은 처음에 일반인과 같이 ‘묘’에 불과했다. 정조가 즉위한 뒤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권을 위해 묘에서 ‘원’으로, 마침내 ‘능’으로 승격했다. 조선 땅에서 가장 좋은 자리로 알려진 융릉(사도세자의 능) 자리에는 수원부가 있어 많은 백성들이 살았다. 정조는 수원부와 마을을 통째로 옮길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집을 짓고 이사할 비용까지 챙겨주었다고 한다. 이전한 곳에 성벽을 쌓은 것이 수원 화성이다.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은 4대문 중 북문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남문을 정문으로 삼는데, 정조가 한양에서 올 때 북문에 먼저 닿아 장안문이 정문이 되었다. 남문인 팔달문 밖에는 팔달문시장, 수원영동시장, 지동시장 등이 발달했다. 이중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팔도의 장꾼을 불러들여 만든 시장이라 특별하다.
수원 화성의 정문은 북쪽에 자리한 장안문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역사 여행

신라 신문왕이 아버지가 잠든 대왕암(문무대왕릉)을 찾아간 ‘신문왕 호국행차길’ 걷기는 신라를 새롭게 만나는 방법이다. 궁궐을 출발한 신문왕의 행차는 경주 토함산과 함월산 사이 수렛재를 넘어 천년 고찰 기림사에 이른다. 수렛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오르는 유순한 길로, 울창한 활엽수림이 장관이다. 중간에 만나는 용연폭포는 용의 전설을 품고 시원하게 흘러내린다.
경주 신문왕 호국행차길의 최고 절경인 용연폭포

걷기는 기림사에서 끝나지만, 경주 감은사지를 거쳐 이견대와 대왕암까지 둘러보자. 죽은 문무왕이 용이 돼 드나들던 감은사지와 이견대에서 바라보는 대왕암이 감동적이다. 감은사는 문무왕이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용당리 바닷가 근처 산기슭에 세운 절이다. 문무왕이 절을 짓다가 세상을 떠나자 신문왕이 마무리했다. 문무왕은 죽어서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며 물결 거친 동해의 바위에 무덤을 만들라고 유언했고, 실제로 그의 유골은 대왕암에 묻혔다.
익산 미륵사지 동탑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유적지구인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은 세계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곳이다. 미륵사지는 백제 최대 사찰 터이고,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은 무왕 때 건립된 국내 최대 석탑이다. 미륵사지는 선화공주와 순애보로 알려진 무왕의 깊은 불심, 백제 문화의 융성을 담아낸 곳이다. 왕궁면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408호)은 백제의 궁궐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동서 250m, 남북 500m 왕궁터에서 유물 1만여 점이 나왔으며, 현재도 발굴 조사 중이다. 왕궁터는 반듯한 직사각형이다. 백제 최고의 정원 유적, 금을 가공하던 공방 터, 왕궁의 담장 등이 왕궁 터였음을 방증한다.
화순 감태바위 고인돌군의 탁자식 고인돌

고인돌은 말 그대로 괴인 돌이다. 괸돌, 지석(支石)이 같은 말이다. 우리나라는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이스터 섬의 모아이인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유네스코도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을 2000년 세계유산으로 공인했다. 그중 전남 화순에는 고인돌 596기가 도곡면과 춘양면에 빽빽이 모여 있다. 이 일대는 옛날 보성과 나주를 잇는 보검재(188.5m)가 있었다. 고인돌은 남쪽 기슭에 분포한 덕분에 논 주변의 고인돌처럼 훼손되지 않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화순고인돌유적 탐방은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5㎞ 구간에서 진행한다. 비포장도로지만 넓어서 자동차로 돌아볼 수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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