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로봇의 주식 투자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6-10-24 00:21:30 수정 : 2016-10-24 00:21:3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도 주식 투자로 낭패를 봤다. 그가 몰빵 투자를 한 곳은 서인도제도와 남미지역의 무역독점권을 가진 남해회사였다. 신대륙에서 금광이 발견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주식을 사들였다. 뉴턴도 투기에 나섰다가 쪽박을 찼다.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의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지만 주식 시장에서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 천재 물리학자의 뒤늦은 탄식이었다.

같은 영국 출신인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었다. 한때 세계 경제의 침몰로 손실을 봤으나 경기가 살아나면서 결국 거액을 손에 쥐었다. 그의 성공을 두고 물리학보다 경제학이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있지만 사실과 좀 차이가 있다. 경제에 해박했던 케인스 역시 주식 투자에서 번번이 실패했으니 말이다. 파산 위기에 몰린 그가 비상수단으로 동원한 것은 낚시였다. 강에 가서 그날 물고기가 잘 잡히면 투자하고 안 잡히면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자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식 시장에서 인간의 지식은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스웨덴에서 투자 전문가 5명과 침팬지가 각기 1250달러의 판돈을 갖고 주식 투자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침팬지는 상장회사의 이름에 다트를 던져 투자종목을 골랐다. 한 달 뒤 실적을 비교해보니 투자 전문가보다 침팬지의 성적이 더 좋았다.

요즘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맹활약 중이라고 한다. 올봄부터 진행 중인 ‘로봇 vs 인간 주식 실전투자대회’의 성적을 보면 1위가 수익률 2.68%를 기록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위즈봇1호’였다. 2위를 차지한 금융 전문가팀 ‘한국투자네비게이터’보다 수익률이 1.5배 정도 높았다. 이런 활약 덕에 로봇이 운용하는 펀드는 국내에서만 벌써 1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바야흐로 침팬지에 이어 로봇까지 주식 도박에 뛰어든 세상이다. 바둑에서 인간을 제패한 인공지능이 주식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까. 뉴턴조차 두 손을 든 ‘탐욕의 광기’를 인공지능이 과연 헤아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배연국 수석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