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명 희곡인 이 작품이 22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외톨이에 괴팍한 데다 대사량까지 어마어마한 켐프는 배우 하성광(46)이 맡는다. 관객 사이에서는 그의 무대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해 화제작인 국립극단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그가 토해낸 연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복수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감정을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풀어냈다.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에서 성격장애를 가진 외로운 남성을 연기하는 하성광은 “추워지는 연말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
“대본을 읽고 켐프가 안쓰럽고 궁금해졌어요. 그의 성격장애를 보며 ‘나도 이렇지’ 공감되는 부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켐프가 혼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사회에 나와 부딪치면서 생기는 갈등이 있었을 거예요. 사회생활이란 게 싫어도 해야 하는, 사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켐프는 더 극단적으로 표현됐지만, 공연을 보고 나면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대본 한 권이 거의 다 제 대사라는 점이 약간 숙제”라며 “하지만 고모와 조카 두 캐릭터에 힘이 똑같이 분배되는데, 말 없음과 말 많음, 침묵과 수다의 대비가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을 맞는 고모는 배우 정영숙이 연기한다. 그는 “TV에서만 본 분이라 약간 신기한데, 생각보다 수더분하셔서 편하고 좋다”고 전했다.
하성광은 내년이면 연극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1995년 연극을 시작한 그는 1997년 첫 무대에 올랐다. 20년 공력을 기대해도 될지 묻자 그는 “아직 배우로서 계속 찾아헤매고 있다”며 “이 작품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그른 건가, 필요한가, 공감이 될 텐가, 한 명이든 백 명이든 관객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게 옳은 일인가 이런 물음들을 계속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전남 진도 출신인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어떻게 살지 고민했다. 남들 따라가면 인생 육십이 그냥 흘러버릴 것 같았다. 대학로로 왔다. “무작정 대학로로 스며들 듯이 들어가 포스터 붙이며 여느 연극배우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게 살아남았다”고 한다. “당시에 왜 연극을 택했는지는 모르겠다”는 그는 “속내는 의미 있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후 ‘아니야, 그거 아니야’ 소리와 함께 깨져가며 10년을 보냈다.
2006년 극단 76단 ‘리어왕’으로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았다. 그는 “그 작품을 기국서 연출과 준비하면서 ‘내 한계는 여기까지구나’하는 생각에 연극을 그만두려 했다”며 “그런데 상을 준다 하니 이건 뭔가 싶었다”고 했다.
“상을 받았지만 그때도 제 연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전보다 나았을지 몰라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 후로 몇 년이 지나서인 것 같아요. ‘모르겠다, 힘들다’에서 ‘좀 알 것 같아’로 질문이 바뀐 게요.”
지난해 ‘조씨고아…’로 그는 한 단계 더 주목받는 위치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 앞날에 대해 “모르겠다, 늘 위태로운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단 하나 확신에 차서 한 말은 이랬다.
“저는 무대 크기보다 내가 더 컸으면 좋겠어요. 항상. 잘 채워냈으면 좋겠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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