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산 계란의 품질 관리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섣불리 외국산 계란을 들여왔다가 가장 중요한 '식품 안전성'은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있으나 마나 한' 계란등급제…판정비율 7% 그쳐
19일 축산물 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식용 계란 가운데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은 전체 계란 생산량의 7.5%로 추정된다.
계란 등급제는 계란의 품질 향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취지에서 2003년 도입된 제도다.
축산물 품질평가원은 무작위 샘플 추출 방식으로 계란의 외관에 금이 가 있는지와 껍데기를 제거해 내용물을 검사하는 할란 검사로 등급을 매긴다.
등급은 중량 규격(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과 품질등급(1+, 1, 2, 3등급)으로 결정되며, 계란 껍데기와 포장 용기에 표시된다.
특히 계란 등급과 규격은 물론, 생산농가와 산란장, 집하장 등이 표시돼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생산부터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문제는 등급제가 쇠고기, 돼지고기처럼 의무 사항이 아닌 권장 사항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계란은 등급판정을 자발적으로 신청한 집하장 46곳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등급판정을 받는 계란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7%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93%는 사실상 유통 경로를 정확히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등급제 외에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등 계란 구매 시 참고할 만한 다른 인증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시행 기관이 제각각이어서 일관된 기준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축산물 품질평가원 관계자는 "전체 생산량과 비교해서는 미미하지만 해마다 등급판정 비율이 늘어나고는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등급판정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등급제 확대를 계속 논의하고는 있지만, 계란 등 식품 유통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어서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 수입 계란, 소비자가 품질 확인할 방법 있나
사상 처음으로 들어오는 수입산 계란의 경우 문제가 더 간단치 않다.
농식품부와 식약처에 따르면 수입 계란의 경우 다른 수입 식품과 마찬가지로 원산지 표시가 필수다.
또 기존의 수입축산물에 대한 표시 방법에 따라 판매 제품의 최소 판매 단위별 용기·포장에 표시사항이 있어야 하며, 수출국에서 유통되는 축산물의 경우 수출국에서 표시한 표시사항이 있어야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제품명, 영업장의 명칭과 소재지, 유통기한, 내용량(개수, 중량), 제품의 품질유지에 필요한 보존 방법 및 보존 온도, 부정·불량 축산물 신고번호 등을 한글로 작성해 스티커나 라벨, 꼬리표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소비자가 수입산 계란 구입 시 품질을 따져볼 방법은 추가로 없다.
여기에 유통기한 역시 정부에서 일괄 기준을 갖고 정하는 것이 아니다. 현지 수출 업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다.
수출업체가 유통기한을 과도하게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재질이나 냉장운송 등 유통방식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도록 한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추후 문제가 불거지면 정작 정부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입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검역 및 위생검사를 통해 미생물 및 항생제 검사 등을 거쳐 문제가 없는 제품만 통관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한글 표시만으로 부족하다면 미국산의 경우 계란 껍데기에 대란, 중란 등 규격이 영어로 표기돼 있어 이를 참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란 포장을 뜯어보기 전에는 이마저도 확인이 어려운 만큼,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검역·위생검사가 완벽하게 이뤄지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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