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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악마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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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30 19:14:05 수정 : 2017-01-30 19: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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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꿈을 판다
국민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고
국민과 함께 키우고 현실로 만들
그런 꿈이 황 대행에게 있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불려나온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는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고 하려는 자리여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려 하는지,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그런 의지와 능력을 키우고 갈고닦은 자가 맡아야 한다. 우리에겐 ‘대통령이 될’ 자격만 갖춘 지도자가 아니라 ‘성공한 대통령’의 자격까지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겪으며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 산에는 미국 대통령 4명의 거대한 조각상이 있다. ‘국가적 상징, 역사적 영웅’이란 기준에 따라 선정된 대통령 얼굴을 조각한 것이다. 4명의 전직은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신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가 귀엣말을 속삭인다고 한다. “러시모어 산에는 아직도 한 사람의 얼굴을 더 조각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모어 산에 있는 대통령의 얼굴에 버금가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한다.(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


김기홍 논설위원
청와대 주인이 된 역대 대통령들은 앞서 거쳐간 주인들보다 더 잘하겠다고 맹세했거나 ‘틀림없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하는 속삭임을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11명의 대통령을 우리들의 손으로 뽑아 놓고도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대통령을 가져보지 못했다. 꽃피는 봄이 되면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대선에선 지난 70년간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마침내 풀게 될 수 있을까.

헌정사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시점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은 의아하다. 그는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한 공무원이었는지는 몰라도 국민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할 줄 아는 대중 정치인은 아니다. ‘민중과 호흡하고 애환을 나누고 교감을 하며 민중 속에서 사회와 호흡’(윤여준의 진심)하는 민주사회의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의 빼곡한 공직 경력이 공직자로서의 능력을 말해줄 수는 있어도 대통령의 자격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주목을 받을 만한 수치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은 꿈을 판다. 그 꿈을 국민과 함께 꾸고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황 대행에게 그런 꿈이 있는가.

황 대행의 관상이 귀상(貴相)인데 관운까지 좋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와 이완구 총리의 중도하차로 법무장관에서 총리로 직행할 수 있었던 것,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과정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말이 되느냐”는 압도적인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지위를 상실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것까지. 박 대통령이 망가뜨린 법치를 살리는 역할을 독실한 크리스천인 황 대행이 맡게 된다면 ‘하나님의 섭리’라는 주장마저 나돈다.

그가 갑자기 보수세력의 대안으로 부상했다는 소식에 “당신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묻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박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총괄했던 국무총리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 차례의 징병검사 연기와 만성 두드러기라는 질환으로 인한 제2국민역 처분, 그리고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과거 이력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황 대행은 지난해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출마를 계획하거나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했다. 그가 아니라고 했으면 아닐 것이다. 며칠 전 신년 기자회견에선 ‘대선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출마 생각이 없다면 지금 당장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은 빼 달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 대망론’은 악마의 속삭임이다. 공직자로서 원칙을 지켜온 황 대행을 모독하는 것이다. 할 일 많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더 이상 흔들어선 안 된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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