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백영철칼럼] 보수의 추락, 날개가 없다

관련이슈 백영철 칼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2-10 01:15:51 수정 : 2017-04-11 11:50: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탄핵인용돼 정권교체론 거세면 문재인 당선 가능성 매우 커져 / 황교안 급부상 축배이자 독배… 보수혁신과 자기희생 안 보여 정치에서 앞날을 말하면 귀신이 웃는다고 한다. 한국정치가 워낙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통령 탄핵은 인용될 것인지,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인지, 보수의 몰락은 숙명인지 등 주요 관심사는 찬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탄핵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이 성공해 헌법재판소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까지 선고를 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돈다. 두 명의 헌법재판관이 기각 쪽에 섰다는 설도 떠돌아 다닌다. 실체가 없는 얘기다. 탄핵을 결정하는 게 ‘법+정치’라는 점을 알면 그런 소리 하기 어렵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우리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탄핵의결을 하도록 정해 놓은 것은 탄핵이 법 이전의 정치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대통령 탄핵제를 갖춘 미국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제도의 정신을 모를 리 없다. 찬반 대립으로 국론분열이 이리 심한데 헌법재판관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3월13일 이전에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탄핵이 인용돼 헌재 결정문을 통해 대통령의 한심한 국정농단 사례가 낱낱이 까발려지면 대중의 분노는 분기점에 서게 된다. 태극기파는 자포자기의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면 정권교체의 목소리가 다른 주장을 압도하게 된다.

지금도 여권보수는 지리멸렬 상태다. 리얼미터의 6∼8일 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도를 합치면 57%나 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철수 국민당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지지도를 합쳐봐야 그것의 절반밖에 안 된다. 당지지도에서도 차이가 현격하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5.4%로 새누리당, 국민의 당, 바른정당을 합친 것보다 15%포인트 많다. 10년 전 이명박·박근혜라는 대선주자가 버틴 한나라당이 여권을 패퇴시키며 대선정국을 주도하던 상황과 대동소이하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약진은 눈을 씻고 쳐다봐야 할 정도로 눈부시다. 문 전 대표와의 경쟁은 시청률을 꽤나 높이겠지만 본질적으로 두 사람은 같은 편이다. 안희정은 친노무현계 맏형의 승리를 보장하는 뛰어난 페이스메이커로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차기 대통령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이 유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보수진영에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도중하차하자 황교안 대행이 급부상했다. 마음 둘 곳 없는 친박 지지자들이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여세를 몰아 황 대행은 탄핵 선고가 내려지는 시점에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황 대행은 보수의 축배인가.

황 대행은 양면성이 있다. 두 자릿수 지지도를 기록하지만 비호감도가 유달리 높다. 3일 한국사회연구소 조사에서 황 대행의 비호감도는 65%, 출마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은 69%로 나왔다. 이는 확장력이 저조해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여권후보 적합도에서도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게 밀렸다. 황 대행의 출마는 명분도 약하지만 이길 가능성도 낮다. 보수의 딜레마는 크다.

진보·보수표를 40대 40으로 보고 나머지 중도표를 많이 끌어가는 쪽이 이기는 게임이 대선이다. 보수후보 단일화론은 국민의 지지를 놓고 벌이는 대선전략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 힘 센 사람과 붙을 때는 힘이 부족한 사람끼리 합치는 게 싸움의 기술이다. 국민의당과 연대하고 후보단일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판을 한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보수진영에겐 모두 꿈같은 얘기다.

새누리당에서 분파한 바른정당은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하고 제2의 새누리당에 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때묻은 이름을 바꾸고 립스틱을 짙게 발라 변장한 모습으로 다시 호객에 나설 태세다. 보수의 가치와 내부 역량을 키우겠다는 원모심려는 없다. 헌신과 희생도 없다. 그저 국회의원으로서 각자도생하겠다는 단견과 이기심만 가득하다. 태극기부대들도 야권지지자들처럼 전략적이지 못하다. 보수(補修)하지 않으면 보수(保守)가 아니다. 보수의 추락은 아직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