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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헛된 우상, 어리석음에 대한 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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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4 21:11:17 수정 : 2017-04-11 13: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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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아카데미구성원 사이엔 형태와 색채의 우위문제를 놓고 시끌했다. 한편에서는 뚜렷한 윤곽선과 밝은 색채로 명확하고 입체적인 구성의 그림을 그렸던 푸생을 옹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색채가 자연에 대해 더욱 진실하다는 루벤스를 따랐다. 사실 요즘엔 이 문제는 미술의 두 바퀴와 같은 것이어서 우열을 논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고 본다.

다만 전자는 회화는 오로지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르네상스식 관점을 배경에 깔고 있다. 인간의 지성에 의존하는 소묘에 얽매이지 않은 루벤스는 소용돌이치는 움직임과 자유분망한 붓질로 그림이 모든 사람에게 호소력을 가짐을 증명해 보이려 했다. 모두가 그림이 소비되는 역사적 과정을 엿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11.8×154.3㎝, 런던 내셔널갤러리)
푸생은 환상을 연출하는 방식에서 바로크미술의 웅장한 크기와 무대의 형식에 충실한 작가였다. 루벤스는 이에 비해 작고 은밀한 가족애 같은 감정도 그림의 주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가다.

푸생의 ‘황금송아지 경배’는 전형적인 바로크미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제단의 황금송아지와 사람들의 모습이 어느 대형무대의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우상숭배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아닌 존재나 사물을 하나님인 것처럼 숭배하는 우상숭배를 금하고 있다.

요즘 탄핵정국을 바라보면서 불의한 권력에 대한 맹종도 또 다른 우상숭배란 생각이 든다. 주인인 국민은 오간 데 없다. 어떤 권력도 정권도, 작금의 대선주자들조차도 국민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우상숭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국민 경배’의 정치시대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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