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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한국식 일기일회(一期一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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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00:51:43 수정 : 2017-04-11 13: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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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만남에도 정성 다하는 일본 / 한국은 보고 또 보고 정 쌓는게 미덕
어떤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면 머리로 파악하는 것보다 직접 피부로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특히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 할 때는 사정만 좋으면 그 나라에 여행을 가서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동양적인 나라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본 한국은 자동차도, 사람도 빨리빨리 움직이며 집 안에서는 소파와 침대를 쓰면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오감으로 느낀 한국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서양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현대적인 나라였다.

그래서 내가 일본문화를 알리려고 할 때는 가능한 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많이 이용하는 것이 다도(茶道)다. 차는 중국에서 한반도를 건너온 것이라서 중국·한국·일본에 각각 다도가 있지만 그 방법과 양식은 나라마다 꽤 다르다. 일본 다도에서 차회(茶會)를 열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다실(茶室)에 오기 전에 통과하는 마당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대접받는 손님은 마당을 통과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다실에 도착하면 작은 문이 있는데 그 문은 한 사람이 들어가는 것도 힘든 정도의 크기다. 옛 무사들이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리에 찬 칼을 내려놓고 허리를 굽혀야만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다실에서는 신분차이 없이 모두가 같은 위치, 같은 입장에서 차를 마신다는 의미다. 다실에는 계절을 앞서간 꽃을 꽂으며 글을 골라서 벽에 걸어놓는다. 이렇게 방을 꾸미면 차와 같이 먹는 화과자를 준비하는데 이것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예쁜 모양과 맛을 고른다. 주인은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정성을 다해 한 잔의 차를 대접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이렇게 내어주고 대접을 받은 이 자리는 ‘단 한 잔의 차’가 아니라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는, 즉 다시 없을 단 한 번의 기회이고 만남이 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한마디로 나타낸 말이 ‘일기일회’인데 이것은 ‘일생에 한 번뿐인 인연,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다도는 전국시대의 무사들을 둘러싸고 발전했는데, 하루하루 목숨을 걸며 지내야 하는 무사들이야말로 일기일회의 마음이 절실했던 것이다.

나는 다도를 체험할 때 직접 차를 끓이고 서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이러한 만남이 일기일회의 만남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지진이나 화산 등 자연재해가 많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찰나의 사상이 깊이 배어 있는 일본의 독특한 사상이다. 그런데 정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보고 싶으면 다시 보고, 다시 만나서 정을 쌓으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지나가는 순간의 만남을 소중히 하고 보고 또 보고 정을 쌓아가는 것이 ‘한국식 일기일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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