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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신독(愼獨)의 미덕 품은 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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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00:52:43 수정 : 2017-04-11 13: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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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목조건축물로는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을 꼽을 수 있다. 이 건축물들은 지금으로부터 700여년 전에 건립되었다. 이들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기와’다.

기와는 전통 목조건축물의 가장 윗면에 위치하며, 목재가 썩지 않도록 비와 눈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기와가 여름철 햇빛에 달궈진 상태에서 소나기를 맞거나 겨울철 맹추위로 차가워지는 등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으면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전통 기와는 등요(登窯)라는 전통 기왓가마에서 초불-중불-대불-막음불로 이어지는 섭씨 800∼1000도가 넘는 고열을 2박3일 이상의 긴 시간 버텨낸 것을 쓴다. 

창덕궁 부용정의 기와 지붕
기왓가마 안에서 나무 장작으로 인한 그을음을 머금은 기와는 그 색깔이 구워진 온도에 따라 은빛처럼 희거나 거뭇거뭇한 색을 갖는다. 장작불에 가까이 놓인 기와는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지만, 연기가 빠져나가는 연통 가까이 놓인 기와는 조금 낮은 온도에서 구워진다. 그래서 전통 건축물의 지붕에 놓인 전통 기와를 보면 색이 일정하지 않고 약간 검거나 회색으로 보인다.

전통 기와는 사람이 발로 밟아 다진 흙을 쓰는데, 그러다 보니 흙 사이에 아주 미세한 공간이 생긴다. 비나 눈이 오면 여기에 수분이 들어차는데, 이로 인하여 희끗희끗했던 기와는 아주 일정하고 매끈한 검은색으로 변한다.

오늘도 기와는 말없이 비와 눈, 태양과 추위로부터 우리 전통 건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보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만족하며 욕심부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맡은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과도 같다. 지붕 위 기와로부터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 기록된 ‘신독(愼獨)’의 덕목을 배운다.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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