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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새 대통령 누가 돼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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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00:53:19 수정 : 2017-04-11 1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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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인수 미리 준비하고 국회와 소통·협력 나서야 1952년 이른 봄, 미국 33대 대통령인 해리 S 트루먼은 전쟁영웅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부상하자, 책상을 두드리며 이런 말을 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가엾은 아이크. 대통령 자리는 군사령관하고는 전혀 달라.”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지낸 리처드 E 뉴스타트 교수의 대표작 ‘대통령의 권력’(1960)에 등장하는 일화다.

박창억 정치부장
트루먼은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집무실에 앉아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대통령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하다.” 뉴스타트 교수는 이런 예를 들며 대통령이 의회를 제대로 설득하지 않으면 제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별 탈 없이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나라인 미국에는 ‘대통령학’도 발달했다. 대통령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랜 시간 수많은 학자와 백악관 참모 출신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왔다. 그중에는 우리 정치가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충고도 적지 않다. 미 헤리티지재단이 2000년 펴낸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도 그 대표적인 저술 중 하나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이 대통령의 소통, 의회와의 협력이다. 헤리티지재단 연구자들은 “민주화 체제에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국회와의 생산적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한다.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이 첫머리에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성공적인 정권 인수’다.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확인되기 이전부터 정권인수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은 선거 캠페인 팀과는 별도로 정권인수팀을 극비리에 구성해 집권에 필요한 전략기획을 준비해 왔다. 이 대목이 레이건을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게 헤리티지재단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런 잣대로 보면 2017년 대선 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차기 정부 출범 후 가시밭길을 걸을 공산이 커 보인다. 조기 대선이 유력하고, 이 경우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진 구성, 총리·장관 임명, 정부조직 개편, 대통령 의제 설정 등을 사실상 대선 전에 모두 마무리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현재의 4당 체제에서는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다른 3당의 협력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유난히 대결적 정치문화가 팽배한 우리 국회에서 4당 체제라면 과반 이하 소수당 대통령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 이후 보수·진보 어느 쪽도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암운을 드리우게 하는 대목이다. 탄핵심판 후유증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돼 툭 하면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올 테고, 정파 간 타협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대선 구도가 정리되면 예비내각(섀도 케비닛) 구성은 권장되어야 할 사안이다. 지금같이 당장의 유불리만 따져 유력 주자는 쉬쉬하고, 다른 주자들은 무조건 비난만 할 문제가 아니다. 대연정이든, 결선투표든 대통령의 국회 설득이 조금 더 쉬워지도록 하는 방안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차기 대통령의 성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박창억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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