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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24절기 중 입춘(立春)에 이은 두번째 절기인 우수(雨水)다. 눈이 녹아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뜻을 담았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때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과 땅속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사이에 놓여 봄 소식을 알린다. 날씨가 풀려 봄기운이 서리고 언 땅이 녹는다. 봄바람이 불어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면서 풀과 나무가 깨어난다.

속담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이 있다. 북쪽 지방인 평양 대동강에는 봄이 늦게 온다지만, 우수와 경칩이 지나면 그곳도 얼음이 녹고 날이 풀린다는 뜻이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 평안도·황해도 지방에서 불리던 서도민요 ‘수심가(愁心歌)’의 한 구절이다. “우수 뒤의 얼음같이”라는 속담도 있다. 우수가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지면서 얼음이 서서히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말이다.

옛 문헌에는 우수 무렵에 얼었던 강이 풀리므로 수달은 때를 놓칠세라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사방에 늘어놓는다고 했다. 여기서 수달이 물고기로 제사지낸다는 뜻의 ‘달제어(獺祭魚)’라는 말이 유래됐다. 추운 지방에서 온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해 북쪽으로 날아간다.

조선 후기 학자 채지홍은 ‘봉암집’에 남긴 시 ‘우수’에서 “천둥과 비가 천지에 요란하니, 얼음 녹고 태창한 기운 형통하네”라고 노래했다. 실학자 위백규는 ‘존재집’에서 “우수는 땅과 하늘이 사귀어 태평(泰平)이 되니 음과 양이 화합하여 비가 내리고 물에 이른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우수 이후에 양기가 왕성하게 땅 위로 솟아올라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다고 여겼다. 농부는 이 무렵에 논두렁과 밭두렁에 불을 놓아 잡초를 태우고 재를 얻는다. 얼보리를 파종하고 목화밭을 가는 것도 이 즈음이다.

따지기때라는 말이 있다. 겨우내 얼었던 흙이 풀리려고 하는 무렵을 이르는 계절용어다. 해토(解土)머리나 눈녹이때라고도 한다. 땅이 풀리면 만사가 풀린다.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해서인지 새봄에 거는 희망이 유난히 크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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