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윤은기의성공일기]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마음 함께 지녀야

관련이슈 윤은기의 성공일기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02-19 22:07:24 수정 : 2017-04-11 13:28: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 편의 짧은 시에도 다양한 이야기 술술
과학·예술·자연 어우러진 신문명 시대로
얼마 전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일행과 점심을 먹게 됐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막걸리가 한잔씩 돌아가자 국내 정치 상황부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양극화 문제까지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긍정적 시각도 있었지만 나라가 걱정돼 잠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몇 사람이 건배 제의를 했는데 몇십년간 알차게 기업경영을 해온 한 분이 짧은 시로 건배사를 대신하겠다면서 이런 시를 낭송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을 사는데/넉넉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겁게 살면 되는 것/ 크게 웃지 않으면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

이어서 모두 한잔씩 마시고 나니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이날 주제는 곧바로 ‘달팽이 뿔’로 바뀌고 말았다. “우리가 지금 달팽이 뿔처럼 좁은 곳에서 다투고 있단 말인가.” “매우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다투는 걸 비유한 거지.” “채근담에 나오잖아.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투지 말라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달팽이는 뿔이 두 개인데 이게 서로 다투면 달팽이가 얼마나 괴롭겠느냐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달팽이 뿔 중 하나는 온도를 감지하고 하나는 습도를 감지하면서 생존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전공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니 이처럼 관심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시는 당나라 시대 시인 백거이가 쓴 ‘술을 마주하고’라는 작품인데, 이 짧은 시 한 편으로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가 다양성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 기술과 인문학이 만나는 신문명을 맞이하게 됐다”고 선언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신문명의 핵심은 초연결에 의한 융복합 창조”라고 말하고 있다. 요즘 대학 혁신의 초점도 융복합 인재 즉, 호모컨버전스를 육성하기 위한 융합창의교육에 맞춰져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교육을 시키면 분업형 인재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서울에서 생태주의 건축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독일에 있는 ‘담스타트 숲 나선 아파트’ 설계로 유명한 작가다. 아파트는 사각형 모습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달팽이 껍질같이 생긴 나선형 아파트를 짓고 옥상에는 푸른 정원을 꾸몄다. 그 기능과 아름다움에 감탄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건축치료’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를 시사해 주고 있다. 숲 나선 아파트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과학, 예술, 자연이 함께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마음’이 만나야 하는 융합상생의 시대가 됐다. 새봄을 맞아 달팽이 한 마리, 풀 한 포기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