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러시아인의 심금을 울린 심청이 17일 열린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심청은 30여년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5개국 40여개 도시에서 찬사를 받으며 발레 한류를 개척한 성과를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고 한다. 심청은 올해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 ‘SAC on Screen’ 작품으로도 선정돼 문화 소외지역에서 스크린을 통해 공연된다고 한다.
발레 심청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UBC 초대 예술감독 애드리언 댈러스가 딸을 위해 책방을 찾았다가 동화 ‘심청’을 접했다. 스토리에 반한 그는 발레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작곡가 케빈 바버 픽카드와 함께 서양에서 생소한 ‘효’에 기반한 드라마, 한국적 춤사위가 녹아든 안무에 감미로운 음악을 가미해 2년여 작업 끝에 1986년 완성했다. 1막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선상에 오르는 심청의 애절한 모습, 2막 바닷속 용궁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춤, 3막 사랑에 빠진 심청과 왕이 펼치는 ‘문라이트 파드되(두 사람이 함께 추는 춤)’가 압권이다.
발레의 풍토가 척박해 명맥조차 유지하기 힘든 현실에도 창작 발레 심청을 30여년간 이끌어온 UBC의 수상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문훈숙 단장은 “은퇴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창작 발레 3종을 완성하는 것이다. ‘심청’(1986년), ‘발레 춘향’(2007년)에 이어 수년 내에 ‘흥부놀부’도 창작 발레로 내놓고 싶다고 했다. “효, 사랑, 형제애라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은 세 작품을 들고 세계를 돌며 ‘K발레’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의 꿈이자 한국 발레의 소망을 응원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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