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사진이 최근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들이 간쑤(甘肅)성의 '거지마을' 출신이며, 부모가 아이를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승객이 돈을 줄 때까지 옷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덩달아 확산됐다.
실제로 거지마을은 12년 전 홍콩의 명보(明報) 등 외신들이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외신에 따르면 간쑤성 민(岷)현 샤오자이(小寨)향의 주민 80% 이상은 구걸 경험이 있으며, 초등학생을 '주력군'으로 내세워 돈을 벌어오게 한다. 이를 위해 방학 동안 학생 10명 중 6명이 대도시로 나가고, 몇몇은 아예 학업을 포기한 채 거지로 살아가기도 한다. 거지마을은 이 보도로 붙은 별칭이다.
당시 샤오자이향 후룽(虎龍) 마을의 한 주민은 21인치 컬러 TV를 자랑스레 내놓으며 “아이가 구걸한 돈으로 샀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700위안(약 12만원)을 벌었다는 다른 주민은 구걸로 손자 학비를 대고 집안 살림을 유지하는데 충분하다고 전하고, 추수가 끝난 뒤 '원정'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 지하철에서 모녀로 보이는 걸인이 구걸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
최근 적발된 걸인들이 거지마을 출신이라고 주장한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우리는 더 이상 구걸하지 않는다”며 펄쩍 뛰었다.
이 지역의 주민 리씨는 중국청년보에 “지난해에는 누구도 구걸하지 않았다”며 “샤오자이 출신이라는 이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때문에 우리는 늘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외지 걸인들이 '전초기지'로 삼는 곳은 베이징 창핑(昌平)구다.
심지어 이들 걸인은 일대에 집을 빌리고 날마다 오전 정해진 시각에 ‘출근’을 했다가 ‘퇴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핑 구의 한 주민이 걸인들을 가리켜 “마치 공무원 같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은 새 학기 시작과 함께 고향으로 떠났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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