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탁업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증권업에) 지급결제, 환전 업무를 허용 안 하는 것에 대해서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하는 건 농구를 하는 팀이 발뿐만 아니라 손도 쓰면서 축구경기에 참여하겠다는 뜻이고, 축구경기를 할 때 손쓰는 걸 허용 안 해줘서 운동장이 기울었다고 하는 격이다”고 지적했다. 또 “농구, 축구, 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 격인 겸업주의 도입이 절실하다”며 “겸업주의를 하면 금융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 보험, 증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어서 편리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었다. 황 회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신탁업법 별도 제정 논의는 은행의 금융투자업계 밥그릇 빼앗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농사꾼(은행업)이 수렵에 나서고 사냥꾼(운용업)이 농경을 위해 정착하는 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신탁업법 분리 움직임으로 은행이 집합투자업에 진출한다면 전업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신탁업법은 별도로 제정돼 적용됐지만 2009년 자본시장법에 흡수됐다.
황 회장은 이어 “증권사는 은행 등 국내 다른 금융기관보다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거나 해외 투자은행(IB)과 비교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러왔다”며 “우리 규제는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킬 수 없는 환경이다”고 주장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은행업권과 증권업권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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