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에세이] 100세 시대, 청년이 더 걱정

관련이슈 세계 에세이

입력 : 2017-03-16 21:17:48 수정 : 2017-03-16 21:17: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 한국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의 기대수명은 90.8세, 남자아이의 기대수명은 84.1세로 세계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를지는 몰랐다. 이제 명실공히 백세시대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백세시대를 달가워하지 않을뿐더러 이런저런 걱정이 많다. 우선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은퇴하고 나서도 오래 살아야 하는데 가진 돈이 충분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걱정이다. 시니어들에게 백세시대는 재앙이 됐다. 문제는 시니어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백세시대는 청년들에게 더 가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윤철호 선문대 교수·산업경영공학
런던 경영대학원의 린다 그래튼 교수팀은 1945년생, 1971년생, 1998년생인 3인의 가상인물 잭, 지미, 제인을 상정해 재미있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3인의 가상인물들이 백세시대를 맞이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전제조건은 은퇴 후 노후의 생활자금이 최종소득의 50% 수준을 유지하는 것, 장기 투자수익률 3%, 소득 상승률은 승진을 포함해서 4%, 그리고 65세 은퇴이다.

그 결과 잭이 가장 행운이었다. 잭은 매년 소득의 4.3%를 저축하면 노후생활이 가능했다. 지미는 소득의 17.2%를 저축해야 했고, 제인은 소득의 25%를 저축해야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들은 주택 대출금, 자동차 할부금, 생활비, 교육비 등 일상의 모든 지출까지 지불한 다음에 그렇게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사실상 지미와 제인은 65세에 은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70대, 80대까지 일해야 한다고 그래튼 교수팀은 지적하고 있다. 오래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가혹한 백세시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 의학이 발달해서 나이 들어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니어들의 비율은 지난 한 세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나이 들면 이곳저곳 몸이 아픈 데가 많아져서 의료비가 걱정이라고들 하는데 지난 세대의 시니어들에 비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하나. 앞으로 청년들이 일하는 세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업, 직장, 은퇴라고 하는 세 단계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미래의 세대에게 이런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예측이다. 청년들은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시대를 살 것이다. 직장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힘들기만 한 그런 일터가 아니라 보다 유연하고 자기 주도적인 그런 직장생활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유연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세상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말이 쉽지 사실 우리는 모두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 불확실성이 높은 세상에서는 익숙한 것과 쉽게 결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손에 익고 편하게만 느껴진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제 자신의 캐리어를 바꾸어 보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인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익숙한 사람들하고만 교류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결별할 수 있어야 변화할 수 있다. 익숙한 것과 결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런 어려움을 뛰어넘어 청년들이 저마다 멋진 백세시대 인생을 살아 나가기를 기대한다.

윤철호 선문대 교수·산업경영공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