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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전쟁 영화의 참맛 ‘핵소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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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6 21:19:30 수정 : 2017-04-11 16: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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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투는 1945년 미군이 일본군과 싸운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물론 일본군 대부분이 전사했으며 일본군 사령관들은 할복자살하기까지 했다.

영화 ‘핵소고지’는 전기톱으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 모양을 한 일본 오키나와의 마에다고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75명의 전우를 구한 데즈먼드 도스(앤드루 가필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의무병으로 자원해 핵소고지에서 홀로 수많은 부상병을 구한 도스의 활약은 미군의 사기를 고양시켰고 결국 핵소고지를 점령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핵소고지’는 2016년 미국에서 올해 최고의 전쟁영화로 선정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편집상과 음향상을 수상했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
전쟁영웅을 통해 애국심을 고양시킨다. 할리우드는 전쟁과 전쟁영웅에 관한 영화를 끊임없이 만든다. 더욱이 인물과 사건이 실재한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로 사용한다. 영화 ‘진주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퓨리’, ‘핵소고지’까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전쟁영웅을 그려냈다. 미국인들은 전쟁영웅에 관한 영화를 좋아하며 전쟁영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키운다. 또한 할리우드 전쟁영웅을 통해 국가관을 심어주고 애국심을 북돋게 한다.

종교적 신앙과 애국심을 조화시킨다. 주인공 도스는 종교적 신념으로 살인을 금지하고 안식일에는 일상적인 활동을 금지한다는 계명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전쟁이라는 위기에 처해 있고 동료가 위험에 빠진 상황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침내 양심적 집총거부를 하고 총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자원한다. 주변의 편견과 무시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만 결국 종교적 신앙과 애국심 모두를 만족시킨다.

미국의 정신적인 힘을 보여준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세계 최고지만 이에 못지않게 정신적으로도 최강임을 엿볼 수 있다. 모병제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국가를 위해 군에 자원하며, 신체검사에서 탈락해 귀향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지만 전쟁과 테러 등으로 미국이 위협받으면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상대와 싸운다.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까지 미국 내에서는 반전 여론이 들끓었지만 미국을 위협하는 대상이 나타날 경우 자원입대가 줄을 잇는다.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핵소고지’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건넨다. 과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주며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핵소고지’에서는 일본과 같이 지나치게 국가주의만 강조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가보다 개인만 우선시하는 풍조 또한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준다. 국가가 존재하고 번영해야 개인 또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핵소고지’는 관객들로 하여금 할리우드 영화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 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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