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철교를 부수는 소리
두 눈에 조개껍질을 박은 사람이 안개 속에서
허리에 돋아난 제 발들을 떼어내는 소리
두 눈에 조개껍질을 박은 사람이 안개 속에서
내 눈동자를 빼가는 소리
문인화(文人畵)란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화가가 아닌 문인이 여기(餘技)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전문가가 아닌 문인들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사물의 외형보다는 내면에 치중한 관계로 기법적으로 아마추어적 경향이 짙었다. 그러던 게 남종화 또는 남종문인화로 자리 잡아 분류하게 된 것은 중국 명나라 말기 화가 동기창, 막시룡 등에 의해서다. 우리나라에도 이 화풍이 전래·발전하게 되었는데, 조선 말기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대표적 작품으로 들 수 있을 게다. 시화(詩畵) 일치의 정신·사상·철학을 중시하였다.
김영남 시인 |
인용시 ‘내가 본 마지막 겨울’은 “두 눈이 조개껍질처럼 생긴 사람이 안개 속에서 철교를 부수고, 허리에 돋아난 발들을 떼어내고, 내 눈동자를 빼가는 소리”가 들리는 풍경이었다는 내용이다. ‘철교’와 ‘발’과 ‘눈동자’는 소재 간의 간극이 너무 커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 소재 사이에 무엇을 채우고 읽느냐는 독자의 몫이고,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그 상관관계와 더불어 환상적인 공간의 탄생 여부도 발생하게 된다. 하여 그의 시를 읽을 때면 필자는 ‘바실리 칸딘스키’, ‘호안 미로’의 그림을 떠올릴 때가 많다.
김영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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