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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부럽기만 한 일본의 구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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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1 00:52:00 수정 : 2017-04-11 16: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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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영상 면접 등 인재 모시기 총력 /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공약 없어야
일본 중북부 나가노현에 본사를 둔 전통 숙박업체 나가노 리조트. 이 회사의 인사팀 직원들은 요즘 여념이 없다. 일본의 대학졸업식은 주로 3월 말이다. 아직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대졸자를 선발해야 한다. 직원 1600여명으로 나름 규모 있는 기업이지만 신입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사담당자들은 채용박람회마다 참여한다. 지원자의 서류도 검토하고, 또 밤늦게까지 동영상도 꼼꼼히 시청한다. 올해부터 비디오 영상 면접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타지방 먼 거리에 거주하는 지원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나가노 리조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더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졸업 전 학생의 채용에도 나선다. 여성과 노인의 채용을 위한 업무 환경 개선에도 힘쓴다. 국내에서 채용을 못하는 경우 해외인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본 기업 채용 공고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의 대졸자들이 넘쳐나는 일자리로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18일 게재했다. “금융 등 인기 대기업에는 한 개 일자리를 놓고 7명의 졸업자가 경쟁하지만, 중소기업은 한 졸업생을 놓고 7개 기업이 경쟁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심각한 노동부족을 겪고 있다. 올해 1월 기준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이 1.43이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가 1.43개라는 얘기다. 지난해 전체 실업률은 3%, 그리고 청년실업률은 5.2%였다. 실질적으로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다. 기업과 일자리가 밀집해 있는 수도 도쿄에서는 한 명 채용하는 데 평균 두 개 기업이 경쟁한다. 이렇다보니 도쿄 시내에는 일본 기업에 채용된 외국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자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보호무역주의와 반이민행정명령을 내놓은 미국, 난민 유입을 막겠다는 유럽하고는 정반대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실업률은 각각 4.7%와 9.6%를 기록했다.

실질적 완전고용은 일본의 대학문화도 바꾸고 있다. 대학교 재학 중에 취직이 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3학년 학생이 취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일본의 주요 기업은 매년 10월 1일에 채용 절차를 통과한 학생에게 입사 증명서를 수여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취업자는 이듬해 4월 1일 정식 입사한다. 따라서 학생은 6개월 혹은 1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갖는다. 직장생활에 필요한 소양을 쌓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과 취미를 탐미하며, 젊은 대학시절을 마무리한다. 캠퍼스는 활기가 넘치고, 학생의 표정은 밝다.

물론 모든 일본 대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대기업 선호경향은 뚜렷하다. 보다 안정되고, 급여 인상폭이 크고, 복지혜택이 많은 유명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다. 그럼에도 2월 기준 청년실업률 12.3%의 우리 대학의 분위기와는 크게 다르다. ‘일자리 절벽’을 실감하는 우리 대학생의 깊은 한숨이 캠퍼스의 공기를 채우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과 기업의 적극적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은 이제 사라질 때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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