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대통령 1명이 검찰총장 3번 임명… "정치적 중립 가능하겠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3-25 10:55:38 수정 : 2017-03-25 10:55: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검찰총장 임기, 대통령의 절반도 안돼… YS·DJ는 총장 4명씩 임명 / "검찰총장 후보들이 현 정권 눈치 안 보게 총장 임기 2년→4년 늘려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법학계에서 검찰개혁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우리나라 검찰총장의 짧은 임기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김수남 현 검찰총장까지 총 20명의 검찰총장이 배출됐다. 김 총장을 뺀 19명의 전직 검찰총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이는 김기춘, 정구영, 김도언, 박순용, 송광수, 정상명, 김진태 전 총장 7명에 불과하다. 임기제 실시 후 임명된 19명의 전직 검찰총장 임기는 평균 1.4년으로 법정 임기 2년보다 7개월가량 짧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2015년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마디로 임기제 도입 후에도 불과 1년 5개월 만에 검찰총장을 갈아치우는 일이 계속 반복돼왔다는 뜻이다. 보통 검찰총장이 바뀌면 그 밑의 고검장, 검사장 같은 고위간부는 물론 지청장, 차장검사,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까지 전부 물갈이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고검장·검사장 승진 후보자들, 그리고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의 핵심 요직을 노리는 검사들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으니 자연히 청와대를 향한 줄서기도 극성을 부린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인 반면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니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론상 임기 중 검찰총장을 3명가량 임명할 수 있다. 임기 중 적어도 3번 검찰총장 인사권을 무기로 검사들 ‘길들이기’를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역대 정권을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명(김기춘·정구영·김두희), 김영삼 전 대통령은 4명(박종철·김도언·김기수·김태정), 김대중 전 대통령도 4명(박순용·신승남·이명재·김각영), 노무현 전 대통령도 4명(송광수·김종빈·정상명·임채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명(김준규·한상대)의 검찰총장을 각각 임명했다. 임기 중 탄핵을 당해 4년간 재직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3명(채동욱·김진태·김수남)의 검찰총장을 임명했다.

대통령 1인당 평균 3.3명의 검찰총장을 임명한 셈이다. 특히 김영삼·김대중·노무현정부는 각 4명의 검찰총장이 배출되며 검찰 조직이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였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 도입 당시 정부와 국회가 밝힌 취지를 보면 ‘검찰의 최대 과제인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돼있다. 검찰총장이 2년간 정권 눈치를 안 보고 소신껏 검찰을 지휘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 확보와 공정한 수사를 가능케 하자는 것이 임기제 도입의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2년 임기 자체를 채운 검찰총장이 몇 안 되고 그나마 정권교체기의 검찰총장 중에는 임기를 마친 이가 전무한 실정이다. 노태우정부에서 임명된 김두희 검찰총장은 이듬해인 1993년 김영삼정부 출범 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형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영삼정부에서 임명된 김태정 검찰총장도 김대중정부 출범 후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김대중정부에서 임명된 김각영 검찰총장은 이듬해인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 후 ‘지금의 검찰 지휘부를 믿지 않는다’는 대통령 발언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물러났다.

노무현정부에서 임명된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명박정부 출범 후 자신을 임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다가 그가 갑자기 서거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명박정부는 임기 종료를 약 3개월 앞둔 2012년 11월 검찰총장이 공석이 되자 아예 임명을 포기하고 차기 정권에 인사권을 넘겼다.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검찰총장에게는 고작 2년 임기를 주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명의 대통령이 적어도 3번 검찰총장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차기 검찰총장 후보들 입장에선 자연히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줄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빈소를 찾은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이 기자의 질문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우리 헌법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대통령보다 더 긴 6년으로 한 것은 현직 대통령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 등 어느 누구의 눈치도 살필 것 없이 소신껏 재판하고 판결하라는 뜻”이라며 “검찰에 법원 못지않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검찰총장 임기는 겨우 2년으로 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캐나다와 호주는 검찰총장 임기가 7년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법에 정해진 임기는 없으나 검찰총장이 평균적으로 5년, 7년, 그리고 3년간 재임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검찰총장 재임기간도 평균 2년7개월에 이른다.

현재 국회에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이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 발의로 계류돼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 국민이 검찰에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며 “검찰총장 임기 연장은 굳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지 않고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개혁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