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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말실수는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유권자를 웃게 하기도 하고, 지적 수준 노출로 곤욕을 겪기도 한다. 정치적 변방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의적으로 말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때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한 논설위원이 “비핵지대화에 대하여 말씀하셨는데 전술핵도 포함되느냐”고 질문하자 “원자로 말씀입니까”라고 되물었다. 핵무기 감축을 물었는데 전력 생산시설을 거론한 것이다. 강원도 유세 때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말한다는 게 “아름다운 지하자원을 개발하겠다”고 소리쳤다. 실수의 연속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언론사 편집국장 만찬간담회에서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 좋다”고 했다가 혼났다. 4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도 후보 때 “지하경제를 활성화해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양성화’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약, 성매매, 도박 등 지하경제를 키우겠다고 했으니 제대로 걸려든 셈이다. “바쁜 벌꿀(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는 말도 유행시켰다. 폭소가 터지는 바람에 일단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미국 대선 후보들도 발음 때문에 여론의 도마에 오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핵’을 뜻하는 ‘Nuclear(뉴클리어)’를 “뉴 킬러(새 살인자)”라고 말했다. 어쨌든 그의 텍사스 발음은 워싱턴 정가에서 표준어로 자리매김했다. 정치 해설가들은 “대통령이 그렇다는데 뭐…”라면서 넘어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실언 대열’에 합류했다. ‘전두환 장군 표창장’ ‘부산 정권’ 발언은 애드립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다가 3D프린터를 “삼디프린터”라고 말했다. 삼디는 ‘더럽고 어렵고 위험하다’는 삼디 직업을 연상시킨다. 그걸 첨단기계에 갖다붙였으니 호사가들이 가만둘 리 없다. 3D프린터 업계는 ‘관심 폭발’이라며 박수 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승리하면 어록집에 1순위로 등재될 터이나 패하면 지적 수준을 의심받을 지 모른다. 한낱 말실수도 대선 승패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세상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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