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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외교안보 지형 변화 꿰뚫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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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4-11 01:20:30 수정 : 2017-04-11 18: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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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불확실성 고조 / G2 정상도 방향 제시 못해 / 유력 대선후보들 각성해야 / 외교안보전략 틀 다시 짤 때다 오늘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당 제1비서 자리에 오른 지 5주년이 된다. 북한은 13기 최고인민회의 5차회의를 연다. 나흘 뒤는 김일성 주석 105회 생일로,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이다. 25일은 북한군 창건 85주년이다. 북한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시기로 꼽히는 날들이다.

미국은 강경 대응 방침을 굳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NSC가 제안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김 위원장 제거 방안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공습한 데 이어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을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킴에 따라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미국은 ‘오늘 전쟁할 경우’를 가정해 상황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다른 주변국들도 힘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반발하면서 한국에 온갖 보복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자국 소환 85일 만에 귀임하자마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말해 정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러니 우리나라가 주변국들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날로 커진다. 불편한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외면해서도 안 되고,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은 심하게 흔들린다. 그동안 작은 변화가 하나하나 쌓이면서 이제껏 보지 못한 생소한 풍경을 만들어놓았다. 우리의 관심이 온통 대통령 탄핵과 차기 대선에 쏠려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다.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꿈(中國夢)’이 맞서 공동성명 하나 내놓지 못했다. G2(주요 2개국)가 국제질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가늠해볼 도리가 없다. 한반도 안보 정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랑캐들이 예식에 대해 말하고/ 짐승들이 의관에 섞였으니/ 동해에 빠지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조정을 바라보는 눈이 시리구나.” 1627년 정묘호란으로 평안도·황해도 일대가 후금 군대에 짓밟힌 뒤 흰 말과 검은 소를 잡아 형제가 되기로 하늘에 맹서를 하자 정온이 시를 지어 개탄했다. 조선은 임금과 신하가 주변 정세에 어두웠고 백성에 무책임했다. 10년 뒤 병자호란이 일어나 삼전도 굴욕을 겪고 두 나라는 군신 관계로 바뀌었다. 역사학자 한명기는 이때를 “조선이 명나라와 후금의 대결에 치이다가 끝내는 선택의 기로로 내몰려갔던 시간”이라고 했다. “‘기존의 제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제국’이 떠오르는 전환기마다 한반도는 늘 위기를 맞았다. ‘G2 시대’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때다. 넋 놓고 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당한다. 정부가 외교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야 한다. 어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서울에 온 데 이어 16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방한한다. 미·중의 의중을 파악하고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보 상황이 우리 통제를 벗어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각성해야 한다. 이번 대선 후에는 승자가 준비 기간 없이 곧바로 국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장관 임명 절차 등을 감안하면 또 한 번의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새 정부가 가장 먼저 맞닥뜨릴 현안이 외교안보다. 대선후보들은 이제라도 새로운 외교안보 지형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처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혼선을 유발하는 청와대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부터 정비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꿰뚫어보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최우선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군부대 방문 같은 일회성 이벤트에 현혹돼선 안 된다. 안보 문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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