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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궁자후이박책어인(躬自厚而薄責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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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1 23:52:50 수정 : 2017-06-21 23: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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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개인사는 저의 잘못으로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후보직 사퇴 전 기자회견 석상에서 한 말이다. 40여 년 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 무효 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게 사퇴의 결정적 요인이다.

한심한 일이다. 안 후보자뿐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80%를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하는 데 반해 장관 후보자 태반이 하자투성이다. 청와대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얘기에 앞서 상당수 후보자들이 자기관리에 소홀했다는 뒷받침이다.

“나이 50에 49년의 잘못을 알게 됐다(行年五十而知四十九年之非).” 공자가 드물게 칭송한 인물이었던 춘추시대 위나라 대부 거백옥이 한 말로서 ‘회남자’에 소개돼 있다. 누구든 뒤늦게라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현 정부 인사도 예외가 아니다. 전제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자신들이 야당을 했던, 그 시절 자세로 인사 검증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책망함을 두껍게 하고, 남을 책망함을 엷게 하면 원망에서 멀어진다(躬自厚而薄責於人 則遠怨矣)”고 ‘논어’는 가르치고 있잖은가. 어렵지만 항상 마음에 담아야 할 경책의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조소를 들어선 안 된다. 전임 정권의 잘못을 타산지석 삼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공직에 나가는 인사들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공익보다 사익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또 그렇게 살아왔다면, 그러면서 책임져야 할 대상인 국민이 마음속에 없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 이상 ‘자리’를 탐내선 안 된다.

가능하면 사람도 ‘협치’에 걸맞게 정파를 떠나 고루 써야 한다. ‘밀리면 안 된다’는 이분법적 쟁투 의식을 벗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채근담’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잖은가. “혼자만 차지해선 안 되며 나누어 주어야 그로써 재앙을 멀리하고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不宜獨任 分些與人 可以遠害全身)!”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躬自厚而薄責於人 : ‘스스로를 책망함을 두껍게 하고, 남을 책망함을 엷게 한다’는 뜻.

躬 몸 궁, 自 스스로 자, 厚 두꺼울 후, 而 말 이을 이, 薄 엷을 박, 責 꾸짖을 책, 於 어조사 어, 人 사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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