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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세이] ‘젊은 엄마의 날’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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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2 21:22:30 수정 : 2017-06-22 21: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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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한 청년이 있다. 한 달도 못 채우고 직장을 바꾼다. 그 이유도 월급이 적다, 일이 힘들다, 부장이 마음에 안 든다, 집에서 멀다 등 다양하다.

그 청년을 한심하게 생각한 한 지인이 “24시간 쉬지 않고 일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제때에 할 수 없다. 거의 서서 대충 때운다. 여름휴가는커녕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몸이 아파도 멈출 수가 없다”며 새 직업을 소개한다. 


조연경 작가
청년은 놀란 표정으로 “우와, 월급이 어마어마하겠네요?”라고 말한다. “아니, 무보수다.”

청년은 더욱 놀라서 “세상에 그런 직업이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 지인은 “엄마, 엄마라는 직업”, 이렇게 대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도는 일화다.

엄마의 다른 이름은 희생과 헌신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결혼을 한다. ‘아내’라는 새로운 이름에 겨우 적응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엄마’라는 낯선 이름이 가슴에 안긴다. 하루 24시간 젊은 엄마는 쉬지 못한다. 아기한테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고, 아기 먹일 것 입힐 것을 준비하고, 아기와 놀아 주고 잠을 재우고 울기라도 하면 재빨리 뛰어가 품에 안는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육아전쟁’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그걸 지켜 보는 대부분의 친정엄마는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서 달콤한 휴식을 선사하려고 한다. 친정엄마는 젊은 엄마가 된 딸에게 아기를 봐 줄 테니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평소 좋아하는 아이리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창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에 얼굴을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1시간쯤 앉아 있다가 들어오라고 한다. 그런데 젊은 엄마는 선물 같은 1시간의 외출을 위해 선뜻 집을 나서지 못한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나이 든 친정엄마한테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없고, 무엇보다 잠시나마 눈에서 떼어 놓는 아기가 걱정이 된다.

그렇게 젊은 엄마들은 우직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하고 더 사랑하는 상대를 처음으로 만났다. 경이롭고 가슴이 뛴다. 모성의 다른 말은 책임감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요령도 피우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아기를 돌본다. 육아는 100m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하지만 젊은 엄마들은 ‘적당히 쉬면서’가 결코 없다. 경험도 없지만 애초부터 육아를 적당히 할 생각도 없다. 그게 새로운 생명체에 대한 엄마로서의 도리이며 사랑이라고 믿는다. 외출도 어렵고 몸도 너무 힘드니까 산후우울증, 육아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전업주부든, 맞벌이 주부든 육아는 고되다. 주위의 도움이 있다 해도 그 고단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날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삶의 윤기와 재미를 더 한다. ‘부부의 날’ ‘어버이 날’ ‘화이트 데이’ ‘밸런타인 데이’ 등 아기자기한 다양한 날이 많다. 여기에 하나 더 ‘젊은 엄마의 날’이 있으면 어떨까. 3세 이하의 영유아를 키우는 젊은 엄마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날 젊은 아빠들은 당당하게 하루 유급휴가를 받고 아기를 돌본다. 젊은 엄마는 그동안 육아에 지친 자기 자신을 데리고 멋진 데이트를 한다. 영화를 한 편 보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책방에 들러 책을 보다가 책 한 권을 고른다. 또는 짧은 기차여행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날 비용은 전부 무료다. 거기에다 집에 들어왔는데 저녁 도시락이 배달돼 있다면?

결혼율과 출산율이 점점 떨어져서 문을 닫는 결혼식장이 늘어나고, 아기용품 판매가 저조하다는 뉴스를 본 날 이런 상상을 해본다.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번진다. 젊은 엄마를 위한 격려와 위로의 토닥토닥 데이. 정말 그런 날이 있으면 좋겠다. 젊은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사회가 행복하다.

조연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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