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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中 안면인식 신호등과 질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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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6 21:28:21 수정 : 2017-06-26 21: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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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주소·위반 횟수 등 낱낱이 화면에
개인정보 유출·인권 침해 방지 병행을
횡단보도를 급히 건너온 한 산둥성 지난시 시민이 깜짝 놀라 멈췄다. 도착한 반대편 인도 위에 세워진 전광판에 자신의 얼굴 사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이름, 직장, 주소, 그리고 위반 횟수도 낱낱이 화면에 올라왔다. 며칠 후에는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벌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경찰에게 다시는 위반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야 했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단횡단 사실이 직장에 통보됐다. 빨간색 신호등을 무시하고 차도를 건넌 것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주요 도시에 설치하기 시작한 안면인식 신호등이 가져온 결과다. 신호등 위에 안면인식 카메라가 설치된 것이다.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포착해 식별해 내는 스마트 카메라다. 빨간색 신호에서 보행자와 오토바이 및 자전거 운전자가 정지선을 넘으면 작동한다. 네 장의 사진을 찍고 15초 동안 동영상을 촬영해 저장한다. 카메라의 저장 정보는 공안국 데이터베이스망과 연동된다. 개인정보와 위반 횟수가 확인돼 바로 전광판에 올라가는 것이다.

적발된 사람은 사안에 따라 3000원에서 8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여러 번 적발되면 황색 모자를 쓰고 깃발을 들고 도로에 나와 교통경찰과 교통정리 봉사를 해야 한다. 일종의 정신교육을 받는 것이다. 더불어 직장에까지 위반 사실이 통보되면서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위반 직원이 많을 경우 업체도 정부의 기업평가에서 감점을 당한다. 직원의 교통질서 위반에 기업도 연대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중국 경찰당국이 이처럼 고육지책을 도입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자국의 교통질서가 통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속, 끼어들기, 차선위반 등으로 도로는 엉망이다. 급증한 자전거, 오토바이는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고 횡단보도를 질주한다. 보행자도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를 불쑥불쑥 가로지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매년 약 26만명이 사망한다고 지난해 보고서에서 밝혔다. 하루 712명 꼴이다. 이 중 무단횡단이 전체 교통사고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망자의 60%가 보행자와 자전거 및 오토바이 운전자다.

안면인식 신호등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을 운영 중인 산둥성, 장쑤성, 광둥성 등에서 실제로 무단횡단자가 급감했다. 산둥성 지난시에서는 지난 5월 한 달간 6200명이 적발됐다. 이후 카메라 설치 소식이 퍼지면서 위반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교통문화가 개선되면서 경찰과 시민도 대부분 환영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매체의 찬반 투표에서도 찬성이 약 80%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성과도 있지만 지나친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주장이다. 더불어 처벌이 지나치게 과해 인권침해의 논란도 일고 있다.

안면인식 등의 4차산업 기술은 우리의 산업과 삶을 바꾸고 있다. 차량이 운전자를 인식해 최적의 운전조건을 만드는 운전과 교통안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빅브라더 역할을 하면서 개인의 삶을 감시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 안면인식 등의 첨단기술이 확산하는 가운데 개인의 정보노출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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