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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겹겹이 보이는 복드항산… 대지의 마술에 ‘탄성’

입력 : 2017-06-28 20:00:00 수정 : 2017-06-28 1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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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같은 능선들 어깨 맞대/언덕 오르면 웅장한 초원 펼쳐져/밤 하늘에 쏟아지는 별빛도 장관/간세·리본 제주 올레 길표지 사용/친근함 주면서 또 다른 느낌 만나
한국에서 온 올레꾼과 현지 걷기 동호회 회원,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지난 18일 긴 줄을 지어 몽골올레 1코스인 복드항 산허리를 지나고 있다. 울란바토르=임성준 기자
‘세상을 향해 열린 길!’ 제주올레가 칭기즈칸과 유목민의 나라인 몽골 대초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18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헝허르 마을. 오밀조밀 모여 있는 작은 가게와 식당, 목재 담장이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산 쪽을 향해 200m가량 지났을까. 마을 밖으로 광활한 평지와 멀리 겹겹이 보이는 복드항산의 능선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내 올레꾼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때 묻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대자연 속에서 양떼와 구름을 벗 삼아 걸으며 ‘나’를 발견하는 길, 몽골올레는 시작과 함께 그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한국에서 온 올레꾼과 현지 걷기 동호회 회원,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긴 줄을 지어 복드항 산허리를 지나는 장면은 몽골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관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대지에 펼쳐진 몽골올레 1코스

몽골올레 1코스인 복드항산 코스는 사냥이나 벌목 등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된 집중보호구역에 조성됐다. 잘 보존된 자연과 멋진 풍경, 야생화가 만발한 여름의 복드항산은 최고의 도보여행 장소임에도 몽골올레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방향표시가 된 트레킹 구간은 없었다. 

이곳에는 제주의 오름 같은 봉긋한 언덕 수십개가 능선의 어깨들을 차례로 맞대고 있다. 산의 첫 번째 언덕을 오르면 파노라마처럼 장대하게 펼쳐진 몽골의 웅장한 대지 한가운데 오롯이 서게 된다. 하늘에 닿을 듯한 정상에는 작은 ‘어워’(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성황당)가 있고 길 표지인 파란색의 조랑말 ‘간세’가 방향을 이끈다. 몽골인들은 어워 주위를 세 바퀴 돌면서 삶의 터전이자 경배의 대상인 대지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다른 돌 하나를 더 얹고는 지나간다. 제주올레 상징인 조랑말 간세와 리본 색깔은 제주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함께 울란바토르시의 로고 색깔 중 하나인 노란색을 사용해 제주올레와의 통일성을 살리고, 몽골 지역의 정체성을 담았다.

극심한 가뭄과 건조한 날씨 탓에 흙바람이 휘몰아치는 폭풍의 언덕을 몇 차례 오르고 또 올라 숨끝이 차오를라 치면 어느새 언덕의 정점에 다다른다. 사방팔방 끝을 짐작할 수 없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왼편의 먼 산에는 침엽수림이 보이고, 오른쪽 멀리 중국 베이징을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간다는 기차에서 승객들이 손 인사를 한다.

몽골 유목민의 이동식 주택인 ‘게르’ 형태의 군즈빌 투어리스트캠프에 이르면 코스의 절반 정도를 걸은 것이다. 게르 캠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 어워를 지나 작은 숲을 빠져나오자 눈앞에는 한없이 멀고 넓은 내리막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에 능선을 두고 평지를 한참 걷다 보면 종점인 톨주를랙 마을 기찻길에 도착한다. 출발점에서 종점까지 14㎞가량 걷는 데 5∼7시간이 걸린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놓인 몽골올레 2코스

몽골올레 2코스인 칭기스산 코스는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에 있다. 4개의 능선이 교차하며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가 후반부에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1코스와는 달리, 시작 지점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2코스는 초반 평지구간과 후반 산 구간으로 나뉘어 풍광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11㎞의 길이다. 초원과 거대한 높이의 화강암 덩어리, 몽골 동북부의 젖줄인 톨강이 장관을 이룬다. 오른쪽에 나무와 강을 끼고 걷다 보면 서서히 눈앞에 가까워지는 기암괴석의 바위산들.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양떼와 소, 야크, 말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초원 파란 하늘의 구름덩어리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거대한 ‘대지의 마술’을 선사한다.
제주올레의 10년 노하우를 받아 대자연을 만끽하며 도보여행을 하는 몽골올레 1∼2코스가 개장했다. 제주올레·제주관광공사가 지난 18일 몽골 울란바토르시 관광청·관광협회와 함께 몽골올레 1코스 출발점인 헝허르 마을에서 개최한 개장식에서 몽골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울란바토르=임성준 기자

산 정상 검은 깃발 어워 주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워를 돌아 내려가면 길은 종점까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웅장하고 기괴한 바위산이 언덕 아래에 펼쳐진다. 그 중심에 ‘소원바위’가 버티고 있다. 바위산과 남근조각상을 오른쪽에 끼고 초원의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시작점이자 종점에 이른다. 테렐지국립공원에 있는 게르캠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면 대초원의 밤하늘에 별빛이 쏟아진다.

◆제주올레 노하우로 몽골올레 1·2코스 조성

제주올레의 10년 노하우를 그대로 받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도보여행을 하는 몽골올레 1·2코스가 개장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제주관광공사는 몽골 울란바토르시 관광청·관광협회와 협약해 몽골올레 2개 코스를 조성했다. 지난 18∼19일 각 코스 출발점 헝허르 마을과 테렐지 국립공원 초입부에서 개장식을 했다.
몽골에 세워진 제주올레 안내판 앞에서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임성준 기자

몽골올레는 제주 올레길을 이끄는 길 표지인 간세와 리본을 사용해 올레꾼들에게 친근함을 주면서도 제주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자연과 사람·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제주올레 자매의 길이 된 몽골올레 곳곳에는 올레라는 이름뿐 아니라 간세, 화살표, 리본 등 제주올레의 길 표지가 그대로 사용됐다.

울란바토르=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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