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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여름 불청객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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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21:19:18 수정 : 2017-06-28 2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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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땐 독감 증상 악화되면 사망도
야외활동 긴옷 입고 풀숲 조심해야
언젠가부터 여름철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다.

살인 진드기 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2009년 6월 중국에서였다. 지금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발견된다. 세 국가 모두에서 환자와 사망자가 매년 나타나고 있다. 감염은 4월부터 11월까지 꾸준히 발생하지만 대개 7,8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편의상 진드기 바이러스로 불리지만 공식 명칭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상태가 심해지면 환자는 기침 없는 독감을 앓듯이 고열, 식욕부진, 구토, 피로감, 근육통, 설사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바이러스에 의한 백혈구와 혈소판의 감소, 전신성 염증반응 등과 관계가 있다. 이 상태에서 더 악화되면 몸 안의 간, 콩팥 등 여러 장기가 손상을 입는 다발성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바이러스의 자연계 내 숙주는 작은소참진드기로 알려져 있다. 집먼지 진드기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진드기가 존재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작은소참진드기만이 이 바이러스를 옮긴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 서식하는 수십 종의 참진드기 종류 중 하나로 비교적 그 크기가 작다. 주로 풀숲에 서식하면서 동물 몸에 붙어 피를 빠는데 사람에게 붙어 피를 빠는 과정에서 몸에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이다.

작은소참진드기가 이 바이러스의 숙주인 탓에 이 진드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환자가 발생한다. 그러니 여름철 야외 활동에서는 반드시 긴 옷을 입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풀숲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외활동 후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관찰되거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등산이나 벌초를 하고 왔는데도 2주 동안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진드기 바이러스와 관련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바이러스 잠복기는 1~2주이기 때문이다.

진드기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서 예외 없이 모두가 심각한 병증을 겪는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면역기능이 강한 건강한 사람은 설령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도 본인이 감염 사실 자체를 모를 정도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지금까지 감염환자는 대부분 고령의 노약자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신장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는 감염되면 쉽게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지 않고, 또 환자와 악수를 하거나 수건을 같이 쓰는 등 단순히 접촉한다고 해서 전염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거의 유일한 전염 경로는 환자의 혈액을 통한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혈액을 수혈 받거나 병원에서 긴급 처치 시 감염혈액에 과다 노출되는 등의 사고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염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현재까지 이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2~30%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예방백신은 없다. 당장은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설령 환자가 된다고 해도 감염 증상을 빨리 인지해 병원에서 신속한 처치를 받으면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

올해 이미 8명의 사망자가 나왔지만 본격적인 바이러스철은 장마 이후에나 시작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만 16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매년 환자수가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지금까지 사망자만도 80명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특히 증상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충분히 위험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게 이 감염병이다. 더 이상의 사망자가 없기를 바란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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