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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취무도우(聚巫禱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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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28 21:19:15 수정 : 2017-06-28 21: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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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염,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 등 이상기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간 삶에 적절한 바람과 비가 있어야 한다는 ‘호풍호우(好風好雨)’라는 말은 풍년을 위한 전제이다. 근래 가뭄이 극심하다. 최근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지만 국지적으로 내린 데다 양도 부족해서,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논과 저수지 바닥 모습은 여전하다.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맞고 있다. 절기의 순환에 이상이 생겼음이다.

“하늘은, 두루 덮어주고 품어주며, 용납하되 차별하지 않으며, 해와 달과 바람과 비를 만들어 조화롭게 한다(天者 遍覆包函而無所殊 建日月風雨以和之)”고 ‘한서·동중서전(漢書·董仲舒傳)’은 밝혀주고 있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예기·공자한거(禮記·孔子閒居)’는 “하늘은 사계의 순환이 있어 봄에 낳고 여름에 자라며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한다. 바람 비 서리 이슬이 모두 만물을 양육하니 가르치지 않은 것이 없다(天有四時 春秋冬夏 風雨霜露 無非敎也)”고 일찍이 가르쳤다. 천자문도 ‘추수동장(秋收冬藏)’을 공부시켰다. 곧 봄에 나서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수확해 겨울에 저장한다는 뜻으로 음양오행의 성쇠소장(盛衰消長)을 말한다.

왕조시대 가뭄이 극심하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고, ‘신통하게도’ 비가 오긴 했다. 기우제엔 국왕을 비롯해 모든 이가 근신하고, 천지·산천·종묘·부처·용신 등에게 제를 지냈다. 그래도 가뭄 해갈이 되지 않으면 무당들을 모아 비가 오도록 비는 취무도우(聚巫禱雨)까지도 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호천 상제께서 나의 쌓인 정성을 살피시고 나의 서정(庶政)하는 말씀을 굽어보셔서, 잘못된 허물을 용서하시고 애련한 생각을 특히 내리시어, 흐뭇하게 비를 주심으로써 모든 마른 것을 소생시키며 여러 곡식도 잘 되게 하여….”

조선조 세종대왕이 가뭄이 극심해지자 호천상제께 올린 기우제 축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간절하게 비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하늘이시여, 간곡히 비옵나니 바람은 닷새에 한 번 불고 비는 열흘에 한 번씩 적당히 내려 만물이 살기 좋다는 ‘오풍십우(五風十雨)’를 세세년년 허락하소서!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聚巫禱雨 : ‘무당들을 모아 비가 오도록 빈다’는 뜻.

聚 모을 취, 巫 무당 무, 禱 빌 도, 雨 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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