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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이 와인 한번 빠지면 거지된다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6-29 07:32:32 수정 : 2017-06-29 07: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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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종착역 피노누아와 바롤로
피오 체사레 바롤로 등 대표 와인들
와인을 오래 즐긴 이들의 ‘종착역’은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레드 와인 피노 누아랍니다. 이 와인에 빠지면 우스개소리로 거지가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고가 와인들이 즐비하지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ee Conti)가 부르고뉴 피노 누아 와인이죠. 또 하나가 있어요. 이탈리아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바롤로(Barolo) 와인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와인산지 피에몬테(Piemonte). 이 곳은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이 빚어지는 곳으로 명성이 아주 높아요. 바롤로와 ‘이탈리아의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Barbaresco)가 모두 피에몬테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이기 때문이죠. 피에몬테는 ‘산자락’이라는 뜻으로 이 곳은 안개가 많이 낀답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모두 네비올로 100%로 빚는 레드 와인인데 네비올로는 ‘안개가 끼어 있는’ 이란 뜻이어서 지역의 특징을 잘 반영한 품종이름인 셈이네요.

피에몬테 위치 출처=홈페이지
이탈리아 와인 등급은 DOCG-DOC-IGT-VdT로 나뉘는데 피에몬테는 IGT급이 없고 가장 높은 등급인 DOCG와 DOC로 구성됐기에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답니다. 네비올로는 색깔만 보면 글라스 바닥이 들여다 보일정도 투명해 부르고뉴에서 빚어지는 피노 누아랑 비슷하죠. 색깔은 부드러운 와인 같지만 탄닌이 너무 쎄서 숙성되지 않은 네비올로는 덜익은 감을 먹을때 처럼 바싹바싹 입을 마르게 합니다. 또 알콜도수도 14~14.5 정도는 쉽게 나올 정도로 강한 품종이랍니다. 따라서 네비올로는 반드시 숙성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병에서 아주 천천히 숙성되기에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한 와인이죠. 법적으로 최소 3년(배럴숙성 2년 ·병숙성 1년)은 숙성해야 판매할 수 있지만 최소 10년은 있어야 먹을 만해져요. 바롤로 리제르바급은 5년이상 숙성해야 판매가 가능해 2017년 현재 시중에는 2011년 빈티지가 가장 최신 빈티지입니다. 

피오 체사레 포도밭 네비올로. 출처=홈페이지
네비올로는 딸리, 체리의 붉은과일 느낌과 시가 박스, 흙냄새, 송로버섯 등 다양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네비올로를 대표하는 가장 큰 특징은 타르, 즉 고무타는 냄새와 장미향이랍니다.

바르바레스코 역시 네비올로 100%로 빚는데 바롤로보다 선이 여리여리한 여성적이 느낌이고 탄닌도 적은 편이에요. 보통 2년 숙성하고 리제르바급은 4년 숙성합니다. 피에몬테에는 가격 부담이 적은 바르베라(Barbera) 와인도 있답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지역 이름이지만 바르베라는 품종이름입니다. 양으로만 따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품종이죠. 산도는 높지만 탄닌이 부드러운 아주 가벼운 느낌의 와인이랍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띠도 피에몬테에서 만듭니다. 

피오 체사레 와이너리 출처=홈페이지
1700년대말에 세워진 피오 체사레 와이너리 건물 출처=홈페이지
피에몬테 중심부에 자리잡은 피오 체사레(Pio Cesare)는 1881년 체사레 피오가 설립해 5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피에몬테를 대표하는 바롤로 명가랍니다.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바르베라 품종의 잠재력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선구자로 떼루아를 잘 반영한 와인을 빚고 있어요.

피오 체사레 바롤로 와인 레이블 하단에는 붉은 글씨로 “일반적인 바롤로라 부르지 말라”는 문구가 당당하게 적혀있어요. 이런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피오 체사레를 이끌고 있는 4대손 피오 보파(Pio Boffa)씨를 최근 서울 삼성동 파크햐얏트 코너스톤에서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피오체사레 와인은 현재 씨에스알와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피오 체사레 오너 피오 보파
피오 체사레는 포도밭이 있는 떼루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군요. “ 부르고뉴와 같은 위도인 피에몬테에서는 모든 와인을 부르고뉴처럼 단 한가지의 품종만으로 만들어요. 한가지 품종만 사용해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포도밭이 좋은 떼루아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죠. 따라서 피에몬테에서는 포도밭이 어디에 있는지가 관건이에요. 그래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같은 좋은 토양을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피오 체사레는 그랑크뤼 퀴베급의 싱글빈야드를 소유하고 있는데 포도밭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토양을 지녀서 서로 다른 스타일 와인 나온다고 합니다. 여러 포도의 특성을 잘 버무려진 와인을 빚는데 주력한다는 군요. “어떤곳은 우아한 풍미나 긴 피니시에 영향을 주고 어떤곳은 복합미에 영향을 주죠. 집중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주기도 하고 타닌을 강하게 줄수 있는 곳도 있으며 장기숙성 가능한 잠재력을 주는 특징을 지닌 곳도 있죠. 각기 다른 빈야드 특성을 모으기 위해 요리사가 재료의 특징을 섞어내는 것 같이 하나하나 고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피오 체사레 가족들 출처=홈페이지
보파씨는 설립자인 체사레 피오의 손녀딸 로지 피오 보파(Rosy Pio Boffa)의 아들로 와이너리에서 태어나 자란 말그대로 뼛속까지 와인 DNA가 흐르는 인물입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매년 일정한 생산량을 유지하며 품질에 집중해 가야(Gaja)와 함께 피오 체사레를 피에몬테의 양대산맥으로 올려놓은 장본인으로 평가받는답니다.

피오 체사레는 떼루아를 잘 반영한 와인을 빚는 전통을 이어가면서 최근에는 젊고 젊은 와인메이커들의 의견을 반영해 모던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바롤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명한 와인 매거진 와인 스펙테이터 톱 TOP 100 와인 중 6위에 올랐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이 선정한 ‘최고의 바롤로 와인 톱 10’에도 선정됐답니다. 

피오 체사레 ​오르나토 바롤로와 피오딜레이 샤도네이
제임스 서클링은 2013년 한국인 여성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결혼식 축하주로 피오 체사레의 최고급 바롤로인 오르나토 바롤로(Ornato Barolo)와 체사레 가문의 첫번째 샤도네이인 피오딜레이 샤도네이(Piodilei Chardonnay)를 선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피오 체사레의 지하 셀러는 1700년대 말에 지어졌는데 기원전 50년에 세워진 주춧돌과 고대 로마인이 지은 벽이 그대로 유지된 오랜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합니다. 

피오 체사레 가비
피오 체사레 가비(Gavi) 코르테제 품종 100%인데 오크를 사용하지 않고 스틸탱크에서 숙성한 와인입니다. 신선함이 돋보이는 스타일로 과실풍미가 우아하네요. 과실향과 산도가 좋은 밸런스를 보여 줍니다. 신선한 샐러드와 파스타, 카르파쵸, 생선요리 등과 잘 어울립니다.

사실 코르테제는 매우 드라이하고 산도가 높은데다 탄닌처림 떫은 뉘앙스를 지닌 품종입니다. 산도가 너무 뾰족한 품종들은 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젖산발효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피오 체사레 가비는 젖산발효를 하지않았는데도 매우 둥글둥글한 산도가 느껴지네요. 바로 토양때문이라는 군요. 

언덕으로 이뤄져 배수가 잘 되는 피오 체사레 포도밭 전경 출처=홈페이지
피에몬테의 많은 와이너리들이 강가의 평지대에서 코르테제를 재배하는데 이런 곳에서 재배하는 코르테제는 산도만 튀고 폭발적인 향은 별로 안타난다고 합니다. 피오 체사레는 언덕위 포도밭에서 코르테제를 재배하는데 이 곳의 토양은 습하지 않고 경사도 가파라서 배수도 잘됩니다. 덕분에 코르테제는 전반적으로 산도가 낮고 라운드하며 크리미한 캐릭터를 지니게 돼 굳이 젖산발효를 할필요가 없답니다.

피오 체사레 네비올로 랑게 2014
피오 체사레 네비올로 랑게 2014는 네비올로 품종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사이의 포도밭으로 각각의 특징을 모두 지녔고 워낙 좋은 지형에 포도밭이 있어 빈티지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부드럽지만 섬세하고 촘촘한 탄닌과 함께 잘익은 자두, 체리. 블렉베리의 풍미와 제비꽃, 장미, 바닐라 향이 매력적으로 올라옵니다. 시즈닝한 스테이크, 숙성된 치즈, 바비큐 요리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24개월 오크 숙성하며 장기 숙성도 가능합니다.

피오 체사레 바롤로 2013
피오 체사레 바롤로 2013은 아직 20년은 기다려야 제 맛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워낙 작황이 좋은 해라 네비올로는 이런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전형적인 바롤로를 맛볼수 있는 빈티지랍니다. 과일의 순수한 캐릭터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굉장히 섬세한 탄닌도 즐길수 있고 점점 폭발적으로 향이 올라오는 특징도 지녔습니다.

사실 바롤로는 엄청 강한 와인이라기보다 우아함을 가진 와인이죠. 카베르네 쇼비뇽이나 메를로 처럼 강한 집중도를 가진 와인이 아니라 잘익은 피노누아처럼 우아하고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음식과의 매칭도 좋아 음식과 와인의 특성을 다 잘 살리는 와인입니다. 그랑크뤼 포도밭 7곳에서 수확한 포도를 블랜딩하여 만들기 때문에, 바롤로의 모든 좋은 떼루아를 한 번에 다 담은 와인이라고 할수 있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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