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미국 방문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1호기가 서울공항을 이륙한 뒤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갑작스런 난기류로 기체가 흔들리면서 주변 참모들이 천장을 짚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선 채로 설명을 이어갔다. 워싱턴=남제현 기자 |
문 대통령은 이번 첫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과제가 북한 비핵화 해법 도출임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 약속 및 도발 중단을 대화의 입구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대화의 출구로 삼으며, ‘행동 대 행동’ 원칙에 기반한 2단계 비핵화 해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소한도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 동결 정도는 약속을 해줘야 그 이후에 본격적인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에 더해, 핵물질 생산공장인 영변 원자로 및 재처리시설, 고농축우라늄(UEP) 생산 설비 등의 가동중단 약속을 비핵화 대화의 입구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은 북핵 폐기 프로세스의 교범격인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이다. 상호 신뢰가 빈약한 북한과 한·미·중·러·일 6자회담 참가국이 서로 취해야 할 단계별 행동을 주고받기식으로 동시 이행하자는 구상이다.
한·미가 상응해서 취할 조치에 대해선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북핵 대화가 재개된다면 다시 ‘행동 대 행동’ 원칙하에 북한과 한·미·중·러·일이 주고받을 내용을 협상해야겠지만 9·19공동성명이 나온 2005년에 비해 급진전된 북한 핵능력을 둘러싼 각 국의 인식차가 너무 커 비핵화 협상이 열리더라도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Hay Adams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우리 참여 경제인과의 차담회에서 인사 하고 있다. 워싱턴=남제현 기자 |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공식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 지연을 우려하는 기류가 미국 내에 엄존하고, 거세게 반발 중인 중국과도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겐 최대 난제다.
미·중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묘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언론 등에서 그런 부분을,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해 주신다면 그런 방안을 가지고 미국과 협의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저는 대한민국 언론에서 그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그런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과제이며, 이번 정상회담부터 그 모색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폐기 또는 재협상을 시사한 한·미 FTA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교역에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그간 전 세계 교역량이 12% 줄었지만 한·미 간 교역액은 6∼7% 늘었다”며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에 서로 도움이 되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도 크게 늘었고, 그를 통해 미국인 고용도 많이 늘었다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미 FTA가 더 호혜적으로 발전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재협상 등을) 협의할 문제”라는 게 문 대통령 입장이다.
워싱턴=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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