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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일국양제’… 깊어지는 反中정서

입력 : 2017-06-29 18:44:28 수정 : 2017-06-29 18: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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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이 경제·교육 모두 통제”/ 홍콩인들 “미래 암울” 불안감/ 본토인에 밀리며 설 곳 잃어/ 젊은층 “나는 중국인” 3% 뿐 1일 주권 반환 20주년을 맞는 홍콩이 ‘침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를 명분으로 모든 것을 중국이 통제하는 상황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하기 때문이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지 못하고 불안 속에 미래를 걱정하는 홍콩의 현실이다.

29일 현지에서 만난 홍콩인들은 “중국과 함께하기보다는 스스로 힘으로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직장인 제임스 첸은 “중국은 20년 전 일국양제를 약속했지만 날이 갈수록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며 “이제는 그들(중국인들)이 정치는 물론 경제와 금융, 심지어 교육까지도 통제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가 속았다”고도 했다. 일국양제는 ‘국제금융 허브’라는 홍콩의 기능을 유지하고, 외국에 중국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이는 기능만 할 뿐이라는 것이다.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가운데)이 28일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에 있는 홍콩 주권반환 상징물 ‘골든 바우히니아 상’을 점거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많은 홍콩 사람들은 중국인으로 불리기보다 홍콩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홍콩대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답한 홍콩인은 35%로, 1997년 46.6%에 비해 크게 줄었다. 홍콩의 중국화에 강력 반발하는 18∼29세 젊은 층은 자신들이 중국인이라는 인식이 3.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의 반중 정서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대 여성 직장인 미셀 유는 홍콩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전했다. 그는 가파른 물가 상승과 심한 경쟁 탓에 평범한 직장인 월급으론 안정적 생활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중국인의 홍콩 유입이 활발해지면서 홍콩 젊은이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며 “이민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홍콩과 대륙의 융합으로 홍콩 취업시장에서 홍콩인과 중국인이 극심한 취업경쟁을 벌이지만 대기업이나 국유기업은 홍콩 젊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륙 간부와 부호의 자녀가 가장 선호되고, 그다음이 홍콩 부호의 자녀이며 홍콩 일반대학 출신은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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