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는 17일 TK(대구·경북) 지역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이 당을 잘못 이끌고 한국 보수진영을 궤멸시킨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며 “그런 차원에서 국정농단의 핵심 친박들과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지나가면 새로운 자유한국당이 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TK에서 홍 대표가 ‘친박 청산’을 공개리에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홍 대표 측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불가피하다. 당장 친박계 반발이 감지된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의 지도자가 할 일은 구성원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을 수 있도록 상처를 보듬고 단결시키는 것 아니냐”며 “‘편가르기’는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가 대선후보 시절 핵심 친박의원의 당원권 정지를 해제하고,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반대했었던 것을 들어 ‘말 바꾸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당 ‘文정부 정책’ 토론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외교·통일·국방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洪, 탈원전 정책 비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7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연말까지 ‘친박청산’을 고리로 보수진영 재편을 완료한 뒤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다는 예측이 나온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문제에 대해 당의 중지를 모으겠다고 했는데 오는 24, 25일에 열리는 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홍 대표는 민생행보 이틀째인 이날엔 울산광역시를 찾아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현장을 방문했다. 홍 대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진행 중인 원전건설이 중단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세계 1위의 원전 기술을 가진 나라에서 지난 40년간 축적돼 온 기술을 아무런 준비 없이 중단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재인정부의 탈(脫)원전 대책을 비판했다.
저녁엔 울산대공원에서 대구에 이어 두 번째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추진 의사를 거듭 밝힌 것과 관련 “저로서는 헌법 개정이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야가) 헌법 개정의 취지에는 다들 동감하는데 (개헌 방향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르다”고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또 한국당이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엔 “우리 당이 혁신이 완료되는 시점에 반성을 종합적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와 관련, ‘우파 분열을 하지 말아달라’는 항의성 발언이 나오자 “주의하겠다”며 확전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도형 기자, 울산=이우중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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