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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진정성 있는 협상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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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0 20:59:56 수정 : 2017-11-10 2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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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는 해결해야 할 첨예한 국제적 당면과제가 많다. 순간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이에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협상할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 영화 ‘스파이브릿지’(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예민한 관계 속에서 스파이 교환이라는 협상을 해낸 제임스 도노번(톰 행크스)의 진정성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긴박하게 변화해가는 국제관계의 긴장감을 실화가 갖는 리얼리티로 탁월하게 풀어낸 웰메이드 영화다.

도입부는 이성적인 보험전문변호사로서의 도노번의 철저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련의 스파이로 체포된 루돌프 아벨(마크 라일런스)의 국선변호인을 맡으면서부터는 도노번의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된다. 가족의 안전도 위협받으며 언론의 비난까지 감수해가면서도 그는 인권에 대한 신념과 휴머니즘 정신으로 스파이를 변호하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미·소 양국의 대립을 동서독의 갈등이 끓어오르던 베를린 장벽에서 풀어냄으로써 대립각을 더욱 부각시킨다. 소련에서는 미국 CIA 첩보기 조종사가 붙잡혀 있고, 미국에는 스파이 아벨이 잡혀 있다. 양국이 직접 부딪쳐 서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포로교환을 할 수 있으려면 두 나라의 입장을 원활하게 소통시킬 수 있는 협상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도노번에게 이 위험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임무를 철저한 보안을 유지한 채 맡긴다. 임무를 진행하면서 도노번은 양국의 두 포로를 맞교환하는 데 있어, 한 사람 더 교환하기를 원한다. 베를린 장벽 때문에 동독 경찰에게 잡혀 발이 묶인 유학생까지 교환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영화는 행여나 협상의 걸림돌이 될까 유학생은 고려하지 않는 미국 정부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유학생까지를 협상카드로 제시하는 도노번을 대조시킨다. 유학생으로서는 자신의 미래와 생명이 걸린 중요한 일인데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국가기밀을 많이 알고 있는 조종사가 더 가치 있다고 보는 행정편의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다.

국제정세라는 큰 문제도 실은 사람이 풀어가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사람이 어떤 태도와 의지를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게 차이가 난다. ‘스파이브릿지’에서의 도노번의 뚝심 있는 진심은 협상의 근본이 인간애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재확인시켜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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