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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산 밭에도 여름 내내 고라니가 불쑥불쑥 나타나 배추와 상추잎사귀를 몽땅몽땅 뜯고, 고구마 잎을 깡그리 거덜 냈다. 그런데 골칫덩어리인 고라니가 그렇게 저지레를 해도 야속하다는 마음이 안 든다. 지구생물들이 온통 지리멸렬하는데도 고라니는 기특하게도 꿋꿋이 살아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되레 귀엽고 사랑스럽다.

고라니는 소목(目), 사슴과(科)의 포유동물로 발굽이 두 개인 발굽동물(유제류·有蹄類)이고, 한국과 중국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에서만 서식한다. 고라니는 몸길이 75~100㎝, 어깨높이 45~55㎝, 체중 9~14㎏으로 어깨는 좁고 목은 길며 다리가 긴 편으로, 토끼처럼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길어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고라니는 크게 외치진 못하지만 그나마 울 땐 그 소리가 마치 개 짖는 소리, 휘파람 소리와 비슷하다. 매우 짧은 것을 빗대 ‘노루 꼬리만 하다’라고 하는데 고라니 꼬리도 못잖게 몽땅하다.

고라니는 뿔이 없는 대신 위턱에 송곳니 즉 엄니(대아·大牙)가 삐죽 솟아 있는데, 수컷 엄니는 5~6㎝ 정도로 길쭉한 것이 뒤로 구부정하게 굽어 입술 아래로 내리뻗었지만 암컷 엄니는 0.5㎝밖에 안 돼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은 황갈색이며, 목과 허리 털이 좀 길다.

고라니는 새벽과 해 질 녘에 활동하고, 갈대밭이나 산기슭·풀숲·습지에 주로 살며, 초식성으로 나뭇잎·물풀·나뭇가지·나무뿌리· 밭곡식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는다.

고라니와 노루는 서로 닮아 사뭇 헷갈린다. 고라니는 몸집이 작고, 콧등에 하얀 띠가 있으며, 귀가 얼굴에 비해 크다. 특히 고라니는 암수 모두 뿔이 없지만 엄니가 있고, 노루는 수컷의 경우 뿔이 있는 대신 엄니가 없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는 말이 있다. 사자나 호랑이는 강한 송곳니와 발톱은 갖췄으나 들이받는 뿔이 없다는 말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재주나 복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신은 한 인간에게 모든 능력을 다 부여하지 않았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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