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빨리 집에 갔으면…" 포항 이재민 곧 겨울인데, 언제까지

입력 : 2017-11-19 13:26:50 수정 : 2017-11-19 13:29: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피생활 장기화 속 "타인 시선 때문에 잠 제대로 못 자"…고령자 등 호흡기 질환
지진 트라우마·강추위 '이중고'…행정당국 매뉴얼 없이 '우왕좌왕'
아파트 1곳·원룸 2곳 철거 불가피…"이런 곳에서 살아도 되냐" 안전점검 요청 쇄도
"날은 춥고 집에 돌아갈 기약은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실내체육관. 닷새째 대피생활 중인 김모(82) 할머니는 주섬주섬 챙긴 옷가지, 모포 등을 담은 가방을 들고 잔뜩 움츠린 채 새로운 대피소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6.25 사변 때 피난 간 이후 처음 짐을 꾸려 대피생활을 하고 있다"며 "추운데 짐 싸서 다른 대피소로 가려니 참 서글프다"고 말했다.

강진 발생 닷새째인 이날 흥해읍 실내체육관에서 머물던 이재민들은 아침부터 짐을 꾸리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포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로 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짐을 싸느라 바쁜 이재민들은 닷새째 대피소 생활에 적잖이 지친 모습이었다.

일부 이재민은 아직도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는지 눈이 충혈돼 있거나 피곤한 듯 하품을 이어갔다.

이재민 박모(78) 할머니는 "추운데 다른 곳으로 옮기려니까 아무래도 불편하다"며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15일 오후 지진 발생 이후 이곳에 머물던 이재민 800여 명은 인근 대피소 두 곳에 분산 수용됐다.

실내체육관 실내를 청소하고 소독한 뒤 텐트, 칸막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 안에는 작업이 마무리돼 이재민들이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이재민들로선 추운 날씨에 짐을 챙겨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고달프지만, 포항 흥해읍 일대에는 실내체육관만한 공간이 없어 어쩔 수가 없다.

대피소 임시 이사는 건물 붕괴 위험으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 상당수가 오랜 기간 체육관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19일 오전까지 학교 건물 107곳, 공공건물 55곳, 영일만항 등 항만시설 22곳, 도로 2곳, 상·하수도 10곳, 기타 83곳 등이 균열하거나 일부 파손되는 피해를 봤다.

흥해읍 대성아파트와 원룸 2곳은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물 철거 후 신축, 보수 등에 최소 몇 개월에서 길게는 1∼2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여 이재민 상당수가 오랜 기간 대피소를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또 곳곳에서 "이런 곳에서 살아도 되냐"며 건물 균열 등 안전점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날 새벽에는 여진까지 3차례 발생해 이재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세 번 모두 규모 2.0대에 머물렀지만, 이재민들로서는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피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재민들의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넓은 공간인 데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난방을 할 수 없어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등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언제까지 대피생활을 해야 하는지 불안한 마음에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재민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계속하고 있고 감기나 감염병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초유의 지진 사태에 대처하는 행정당국이 우왕좌왕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급하게 대피소를 꾸린 탓인지 화장실, 세면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데 미흡했다.

부랴부랴 이동 화장실 등을 갖추었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여전히 불편하다.

무엇보다 넓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다 보니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이재민 이모(65·여)씨는 "공간이 트여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 시선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포항시는 이에 따라 뒤늦게 대피소에 텐트, 칸막이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재민들의 불편을 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추운 날씨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칸막이 설치 등 이재민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