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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버지 폭행해 사망케 한 아들 집행유예

입력 : 2017-11-19 13:59:27 수정 : 2017-11-19 13: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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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일삼은 친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아들에게 재판부가 폭행 부분만 인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존속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이 안 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경기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존속상해치사와 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47)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존속상해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9일 오후 8시30분쯤 술에 취한 아버지 B(77)씨가 어머니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

A씨의 어머니는 폐암 말기여서 거동이 불편하고 힘들어했는데 B씨가 건드리자 고통스러워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아내와 치매에 걸린 노모, A씨 등 가족에게 자주 폭력을 쓰거나 폭언을 했다고 알려졌다. 술에 취해 횡포를 부리는 날도 많았다. 아버지에 대해 불만이던 A씨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해 B씨의 얼굴에 수차례 주먹을 날렸다.

B씨는 넘어졌고 마침 아내와 통화 중이던 손자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손자의 신고로 B씨는 병원에 입원했으나 이틀만에 숨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출혈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다. A씨는 경찰에 체포돼 존속상해치사와 존속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아버지를 말리느라 어깨를 잡고 몇 번 흔들었을 뿐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존속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검찰은 B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를 토대로 상해치사를 주장했다. 감정서에는 ‘타인의 폭행으로 갈비뼈 골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부검의는 “폭행 정황이 있어 기재했다”며 “뒤로 넘어져 어딘가에 부딪혀도 이 같은 골절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술했다.

게다가 B씨는 술에 취해 자주 넘어졌고 이 때문에 종종 갈비뼈와 다리가 골절된 병력이 있었다. 숨지기 4개월 전에도 갈비뼈 여러 개가 부러져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재판부는 B씨의 폐를 찌른 갈비뼈 골절이 A씨의 폭행 때문인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친아버지를 폭행, 인륜에 반하는 가정폭력 범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고령이고 쇠약한 아버지를 폭행한 점에서 죄질과 범죄 정황이 나쁘다”며 “다만, 피고인은 치매를 앓는 할머니와 폐암 말기인 어머니를 부양하던 중에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의정부=송동근 기자 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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