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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머드 볼케이노’에 지하 30m까지 조사…‘액상화’ 분석 어떻게

입력 : 2017-11-19 18:41:21 수정 : 2017-11-19 21: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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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지표 오른 이유 밝혀/활성단층 조사팀과 함께 작업/첫 단계 시추 지점 선정 나서/전문가 “논에 물 차 가능성 커”/건물 피해 영향은 단정 못 해 “이번 포항지진은 규모가 5.4이지만 액상화, 주파수 변동 등 연약지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현상이 다 일어났다고 보면 됩니다.”

전국적인 액상화 위험도를 작성하고 있는 최재순 서경대 교수(토목건축공학)는 포항 지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논바닥에서 지하수가 올라와 잠기거나 진흙이 땅 위로 솟아오르는 일명 ‘머드 볼케이노’는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어서 정부와 학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 액상화 정보까지 참고해 진도(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의 정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래로 덮인 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들이 19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일대의 한 논에서 지진의 영향으로 나타난 액상화 현상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논에는 액상화 현상으로 물이 솟구치며 같이 올라온 모래가 남아 있다.
포항=연합뉴스
19일부터 시작된 기상청과 행정안전부의 액상화 실태조사에서는 땅에서 토양을 파내 육안으로 이상 여부를 판별한다. 시추는 지름 30㎝의 원형기둥처럼 생긴 ‘코어’를 땅속 20∼30m 깊이까지 넣어 토양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점토와 모래, 자갈 등 성분이 각각 얼마만큼의 두께로 어떤 순서로 층을 이루는지, 입자 재배열의 흔적이 있는지, 입자 사이의 빈틈(공극)은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다.

액상화 조사에 참여 중인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지구과학교육)는 “공극이나 입자 배열을 보면 어느 지점부터 액상화가 나타났는지, 흙탕물이 어떤 방식으로 지표로 올라왔는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주도로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활성단층 조사팀과도 작업을 함께한다. 활성단층 조사팀은 그동안 비교적 넓은 범위의 땅을 3∼4m 깊이로 파서 지표 단층의 흔적을 조사하는 트렌치 조사를 해왔다.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칠포리 일대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가 지진 영향으로 나타난 액상화 현상의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현장에는 액상화로 모래가 솟구치며 원형의 작은 모래 산들이 남아 있다.


기상청은 이날 액상화 조사 첫 단계로 시추지점을 선정하기 위해 포항 북구 흥해읍 진앙지 일대를 항공촬영했다. 땅 소유주와의 협의, 시추 업체 선정 등의 절차가 있어 실제 시추작업이 시작되려면 며칠 더 걸릴 수 있다.

시추는 일단 4∼5군데에서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은영 기상청 연구사는 “원래 더 많은 곳에서 작업을 하려 했지만 액상화 현상이 보존되지 않은 곳이 많은 데다 땅속에 들어가는 코어가 또 다른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대상을 줄였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면 시추장소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은 ‘지표로 물이 올라왔다고 무조건 액상화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토양 변화 없이 단순히 지하수 수위에 변화가 생겨서 물이 올라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액상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논에 물이 차는 것은 액상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여러 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일상적인 지하수 수위 변화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포항 대성아파트처럼 건축물이 기울어진 것까지 액상화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건물 피해는 액상화가 아니더라도 중저주파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주 지진 때는 고주파수 진동이 발달했던 것과 달리 땅이 무른 포항에서는 지진파의 주파수가 느린 중저주파로 바뀌는데, 구조물이 보통 0.5∼2㎐의 중저주파를 만나면 가장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액상화는 지진이 흔한 일본과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액상화 현상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보고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샌프란시스코만 등 3곳의 ‘액상화 위험 지도’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의 ‘구조물 기초설계기준’에 ‘액상화 평가는 구조물 내진등급에 관계없이 수행한다’고 적혀 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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