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30분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약 21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날 오전 6시25분 검찰청사를 떠났다. 검찰 관계자와 경호원 등에 에워싸여 청사 밖으로 나온 이 전 대통령은 약간 피로한 얼굴로 미리 준비된 승용차로 향했다. 취재진이 “장시간 조사를 받으셨는데 심경 한 말씀 들려달라”, “다스가 본인 게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 없나” 등 질문을 던졌으나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차에 탑승하기 직전 잠깐 고개를 돌려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단에게 “다들 수고하셨다”고 인사한 뒤 곧장 차량에 올라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으로 주요 대형사건 수사를 도맡는 중앙지검이 구속한 거물급 피의자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주도한 국정농단 수사로 구속된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구치소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항소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무죄 판정을 받아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석방 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박근혜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는 한동안 서울구치소에 갇혀 지내다가 지난해 3월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공범’ 관계인 두 사람이 마주칠 것을 염려한 검찰의 요청에 따라 서울남부구치소로 이감됐다가 지금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실제로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11월1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고 이어 같은 해 12월3일 전두환 전 대통령도 12·12 군사반란 혐의로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보내졌으나 전 전 대통령은 경기 안양시에 있는 안양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당시에도 검찰이 두 사람의 분리수용을 교정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가 아닌 안양교도소에 수용된 것은 서울구치소가 이미 수용 중인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 등으로 업무부담이 과중한 점을 고려해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경남 합천군으로 낙향하는 등 검찰의 권위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안양교도소는 시설 등 여러 면에서 서울구치소보다 훨씬 열악하다.
현재 교정당국은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조사가 끝난지 얼마 안돼 한동안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 시정에서 영장 청구 방침 등이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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