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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외줄 타는 아슬아슬 곡예인생 [밀착취재]

입력 : 2021-12-04 13:00:00 수정 : 2021-12-04 11: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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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서커스단 ‘동춘’에 봄이 올까요
박세환 단장이 간직하고 있는 30여 년 전 흑백사진. 나무로 만든 안내판에 천안에서 열린 서커스 공연을 홍보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1925년 창단한 국내 유일 서커스단인 동춘서커스단도 코로나 위기를 피해 갈 순 없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관객이 300~400명이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관객이 급감했다. 하루 관객 수가 10~15명이어도 서커스 공연을 한 차례도 쉬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되면서 동춘서커스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곡예사가 리허설을 하고 있다.
여성 곡예사가 공연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 무대 뒤 임시 숙소 겸 휴게실에서 화장을 하고 있다.
피에로 분장을 한 곡예사가 관객에게 풍선을 건네고 있다.
서커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곡예사들이 무대 옆 대기공간에서 몸을 풀며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에 천막으로 지어진 상설공연장에서 평일 공연 시작을 앞두고 서커스 곡예사들이 몸을 풀고 리허설을 시작했다. 한때 250여 명이 넘는 단원들을 이끌고 전국을 순회할 정도로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현재 스태프를 포함한 30여 명의 인원이 서커스단을 운영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한국인 곡예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인 곡예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관객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곡예사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기를 선보일 때마다 긴장한 표정의 관객들이 “와~” 하고 탄성을 쏟아냈다. 무대 옆, 대기 장소에선 곡예사들이 다음 공연을 위해 의상을 수차례나 갈아입고 서커스 도구를 챙기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여성 곡예사들이 의자탑중심잡기 묘기를 펼치고 있다.
곡예사들이 인간 피라미드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동춘서커스 여성 단원들이 연천군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추억의 동춘서커스’ 공연에서 실팽이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서커스 공연은 다른 문화공연보다 빠른 사전 예약으로 인기를 끌었고, 어르신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무대 옆 대기공간에서 곡예사들이 진행되고 있는 서커스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문화나눔 프로그램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으로 연천군노인복지관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동춘서커스단을 다시 만났다. 스태프와 단원들은 공연 장소에 도착해 직접 무대 조명을 설치하고 음향 장비를 세팅했다. 일찌감치 자리 잡은 어르신들은 옛 노래와 함께하는 ‘추억의 동춘서커스’라는 컨셉트로 열린 서커스공연에 큰 호응을 보냈다. 안재호(87) 어르신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어린 시절에 서커스단이 천막을 치는 곳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뤘다. 아이들이 서커스를 보기 위해 천막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다”며 “서커스를 다시 보니 새롭다. 옛 추억이 떠오른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대부도 상설공연장 벽면에 각기 다른 해에 제작된 홍보용 포스터가 붙어 있다.
얼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변검’을 선보이고 있다.

97년간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동춘서커스단은 이번 코로나 사태뿐 아니라 수차례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대부도 공연장에 관객들이 서커스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입구에는 ‘100년 전통 한국 서커스의 자존심, 동춘서커스 공연’이라고 적혀 있다.
스태프와 단원들이 연천군노인복지관에서 열릴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무대 장비와 조명을 옮기고 있다.
여성 곡예사가 무대 옆, 대기 공간에서 작은 난로에 손을 녹이고 있다.

동춘서커스를 이끌고 있는 박세환(76) 단장은 “2003년 태풍 매미 때 극장이 침수돼 떠내려가 버린 것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고 말하며 “힘들었던 시기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동춘을 그만둬버리면 곡예라는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한 장르가 사라져 버린다”고 동춘서커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커스는 남녀노소, 외국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이다. 세계 공연예술 시장의 65%나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단장은 우리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서커스를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동춘서커스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상설극장을 짓고 아카데미를 만들어 서커스를 활성화시킨다면 제2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소망을 전했다.


대부도·연천=남정탁 기자 jungtak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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