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제노동·감시 일상화… “한국 영상물 본 청소년 6명 총살” ['北인권보고서' 7년 만에 첫 공개]

입력 : 2023-03-30 19:00:00 수정 : 2023-03-30 20:27: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유 박탈된 北 실태
탈북민 508명 증언 바탕으로 작성
“김일성 초상화 손가락으로 가리킨
임신 6개월 여성도 공개처형 당해
무상치료 선전과 달리 뇌물 써야
식량배급 제대로 안 돼 자급자족”

30일 언론에 사전 공개된 정부의 첫 북한인권보고서는 미성년자 공개 처형이나 당사자 동의 없는 생체 실험 등 충격적 인권 침해 증언이 담겼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사회는 시민적·정치적 권리부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까지 전 분야의 인권 실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 및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협약’에 가입했으면서도 실상은 규약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北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인권법 제정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했다.  최상수 기자

보고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개 처형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2020년까지 매년 수집됐는데, 이는 처형을 당하는 사람과 이를 목격하는 사람 모두에게 비인도적인 처우”라고 밝혔다. 이어 “대체로 운동장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총살 방식으로 실시됐고 학교, 기업소, 인민반 등을 통해 아동을 포함한 주민이 집단 동원됐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마약 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 행위 등 (북한이 가입한)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들이 수집됐다”고 지적했다. “실험 대상자의 동의 없이 실시된 생체 실험에 대한 증언도 수집됐다”는 내용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생체실험장’이라고 알려진 곳에 끌려갔다 온 사람의 가족이 증언한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원산시에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이 여성은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킨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식량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주민 대다수는 개인 경제 활동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이 무상 치료를 받는다’는 대외 선전 내용과 달리 실상은 의료진에 현금, 현물 등 사례를 해야 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치범수용소에선 처형과 강제 노동이 이뤄지고, 국군 포로·납북자·이산가족은 감시와 차별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국내외 시민단체와 연구소 등이 이미 내놓은 북한인권백서와 유사하다. 증언 수록집으로서, 실제 당사자의 경험과 목격 사례 외에 풍문도 섞여 있다. 이를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태 중심으로 서술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보고서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조사한 탈북민 약 3400명 가운데 보고서 작성 대상 기간(2017∼2022년)에 북한을 이탈한 탈북민은 약 900명이다. 절반이 조금 넘는 508명이 인권 침해 사례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증언 지역 편중, 코로나19 국경 봉쇄로 인해 2020년 이후 증언 사례는 7.5%에 불과해 매우 적다는 점, 기억 소실, 오류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비상방역법이나 반동사상문화배경법 관련 사례는 아직 수집되지 않아 차후 실태 조사를 통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법률은 최근 북한이 내놓은 대표적 주민 통제책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의 신빙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직접 경험담과 목격담, 전언, 풍문 사례에 대한 서술어를 철저히 구분해, 읽는 사람이 구분해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의 인권 실태 사진전을 찾아 “주민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와중에도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며 “참으로 딱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