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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칼럼] 누가 김구를 ‘디스’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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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30 23:37:25 수정 : 2023-04-30 23:3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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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독립과 완전한 통일 위해
평생을 헌신한 민족의 큰 지도자
尹 대통령 강조한 자유, 평화 전제
분열 막고자 했던 정신 잊으면 안 돼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요, 할 것이다. 또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요, 하고 대답할 것이다.”

‘백범일지’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젊은 날, 선생의 일지는 충격이었다. 소원 셋이면 생을 관통하는 모든 소원일 텐데, 그런데 그것이 나라의 독립인 사람이 있었다니,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그것이 간절한 소원인 시대가 있었다니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그 시대, 그 인물에 대한 공부는 지금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삶의 지반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임을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기원전 480년,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는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와의 결전을 앞두고 예지의 신 아폴론신전에서 신탁을 받는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왕이 참전하면 스파르타는 구할 것이나 왕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참전하지 않으면 왕의 목숨은 보전될 것이나 스파르타는 잃을 것이다.” 묘하지 않나? 당신이 레오니다스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 아폴론 신탁이 보여주는 것은 운명이라기보다는 결단을 요구하는 물음 앞에 세우는 일이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당신 앞에 다가올 때 당신은 어떤 결단을 할 것인가, 그 결단으로 당신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알려졌듯 레오니다스는 전사 300을 모아 참전한다. 죽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조국이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아’라는 전사가 300인 것은 공포정치로는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그가 바로 그들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300’에서는 아들을 단련시키는 레오니다스의 대사가 압권이었다. “스파르타의 진짜 힘은 옆에 서 있는 전사다. 그를 존경하고 명예를 지키면 너도 존중받는다.”

고대 스파르타에 레오니다스가 있었다면 해방 전후사에는 김구 선생이 있었다. 38선을 가로 베고 누울지언정 민족의 분단을 막겠다며 소련을 등에 업고 나선 김일성을 만나러 평양까지 달려갔던 선생이었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갈등의 칼춤판이었다. 그런 세상은 온갖 덫으로 가득하다. 언제 어떤 지도자가 칼을 맞고 혹독하게 최후를 맞이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를 던지는 진짜 지도자가 선생이었다. 선생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중도도 아니고 오히려 우파에 가까웠던 민족주의자다. 그런 그가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에게 매력을 느껴 평양까지 갔겠는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 행보의 힘은 당위였을 것이다. 강대국의 패권경쟁으로 휘청거리고 그들에 붙어 제 잇속만 챙기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방향을 잃어버리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 생을 바치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낸 선생이 몰랐겠는가. 야심으로 똘똘 뭉친 20대 김일성이 민족의 지도자인 선생을 어떻게 이용하고 싶어 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김규식과 함께 평양에 올라가 김일성을 만난 이유는 분열은 곧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고려에서 조선까지 천년을 한 나라로 살아온 한반도의 분열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는 자기를 던진 것이다. 누가 그런 김구 선생에게 창을 던져 ‘디스’한단 말인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민족분열을 막기 위해 애써왔던 선생을.

윤석열 대통령이 그리도 강조하는 ‘자유’는 정말 중요한 가치다. 우리가 북 체제 속에서 살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그 가치를 누리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평화다. 평화 없는 자유가 없으니. 이때 기억해야 할 나침반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를 던졌던 김구 선생의 정신이라 믿는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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