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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손 놓았을 때 상인 돕기 나선 중기부… 이태원 되살렸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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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5 18:44:16 수정 : 2023-05-26 0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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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7개월 만에 상권 회복 ‘희망’

평일에도 주차 자리 없을 정도로 북적
5월 매출 참사 이전의 87%까지 회복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다시 모여들어
이따금 ‘그날’의 아픈 참상 물어보기도
상인들 “이젠 피하지 않고 기억하려 해”

중기부, 가장 먼저 상인들 전면적 지원
민·관 원팀으로 ‘헤이 이태원’ 성공시켜

“이제야 주변 식당들에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건너편 골목에서 사설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5일 “최근 이태원 일대 식당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주차 고객도 다시 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때는 평일에도 주차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면서 “상권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헤이 이태원' 소망볼 행사에서 상인들과 함께 행운권을 추첨하고 있다.

◆다시 살아나는 이태원 상권… 87% 수준 회복

1997년 서울 최초 관광특구로 지정된 대표적인 글로컬 상권 중 하나인 이태원 일대 상권이 여름을 앞두고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 몰락하다시피 했던 이태원 일대 6개동에 위치한 상권의 올해 4월 매출은 참사 이전인 지난해 10월 셋째주 대비 76.8% 수준까지 회복됐다. 5월 둘째주의 경우에는 참사 이전의 87.4% 수준으로 상권이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태원 참사 현장인 이태원1동의 경우에는 상권 회복세가 더디긴 하다. 지난해 11월 이 지역 매출은 참사 이전의 36%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지난달 52.6% 수준으로 회복되더니 5월 2주차에는 69.8%까지 상권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날 점심 무렵에 찾은 이태원1동 인근 일부 식당들에는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골목 안에 위치해 찾기 쉽지 않지만 부추만두로 유명한 ‘야상해’ 앞에는 여러 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대로변에 위치한 베트남 쌀국수집 ‘꾸잉’ 등에는 평일 낮인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해밀톤호텔 건물에 있는 ‘풋락커’ 매장도 손님들로 붐볐고, 이태원 거리를 활보하는 동남아 단체 관광객 무리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 부탁으로 이태원역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 김모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여기가 사고난 곳이 맞느냐고 물어봐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7개월 만에 이태원을 찾았다는 박모(34·여)씨는 “그날 이후 이태원 인근에 오는 것도 꺼려졌는데 식당에 사람이 많아 놀랐다”면서도 “이젠 피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기억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말 저녁에 다시 올 것”이라고 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상당수 식당들은 낮 시간대에 손님 맞을 채비에 여념이 없었고, 일부는 문을 닫았다. 이태원의 식당이나 술집 상당수가 오후 5시 이후 영업을 시작하는데, 코로나19나 참사 여파 때문이라기보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중기부에 감사”

이태원1동을 비롯한 이태원 일대 상권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참사 후 7개월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수 있다. 스페인음식점 ‘타바스바’ 등을 운영하는 고병철 대표는 “그날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이제 손님맞이를 위해 뭐든 해도 된다’고 말해 준 게 중소벤처기업부”라며 “중기부가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면서 다른 부처나 기관·기업들도 조금씩 이태원 상권 회복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중기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기부는 이태원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이후에도 이태원 상인을 위해 전면에 나섰다. 중소·소상공인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주무 부처로서 이태원 상인들이 입은 영업 결손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에 특별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재해자금 우대지원 등을 즉각 실행했다.

지난 1월 첫번째 장관 주재 간담회에서 상인들을 위해 원스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했다. 상인들이 요청한 지 나흘 만에 용산구청 1층에 센터를 마련하고 관계기관 직원들이 상주하며 ‘재해 중소기업 확인증 발급’, ‘재해자금 상담·신청’ 등을 한자리에서 처리했다.

2차 간담회 이후에는 재해자금 지원대상을 소상공인 기준 초과 중소기업, 체납처분 유예 소상공인까지로 확대했다. 아울러 상인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영지원 외에 상권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에 실무진과 지자체, 공공, 협·단체, 기업, 로컬크리에이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민·관이 원팀으로 상권 회복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흰색 대형 풍선인 소망볼에 희망의 메시지를 적고 있다. 이날 10개의 소망볼이 하늘로 띄워졌다.

지난달 연예인·아티스트·주한 외국대사 작품 90여점을 이태원 거리에 전시하는 작품전시회를 열었고, 상인들의 자발적인 플리마켓과 할인 프로모션, 용산구의 이태원상권회복상품권 판매 등을 통해 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중기부는 동행축제 부대행사로 ‘소망볼’ 행사를 열어 소비자 방문을 유도했다. 아울러 이태원 상점 8곳의 제품·할인쿠폰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 행사를 진행하고, 공영쇼핑 앱에 이태원 상점 영수증을 등록하면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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