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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담대 막히자 中企 대출 문턱 낮춰

입력 : 2025-11-13 06:00:00 수정 : 2025-11-13 00:38:53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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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3년4개월 만에 최저

9월 금리 4.05%… 4개월 새 0.12%P↓
5대은행 대출잔액은 넉달 새 11.7조↑
정부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발맞춰

중기 연체율 8월 0.07%P 올라 0.89%
건전성 악화 우려에 “면밀한 심사 필요”

韓銀 “부실기업 금융지원 성장에 부담
고위험기업 3.8% 중 퇴출 0.4% 그쳐”

국내 은행권이 중소기업에 대출 문턱을 앞다퉈 낮추고 있다. 정부의 상생·포용적 금융 기조에 발을 맞추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가계대출의 문이 좁아진 데 따른 움직임이다. 다만 장기간 경기침체로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고 있어 은행들이 건전성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연 4.05%로 집계됐다. 5월 4.17%에서 4개월 사이 0.12%포인트 감소했다. 2022년 5월(3.79%)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 4% 미만 대출 비중도 52.8%에 달해 2022년 6월(53.1%)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증가 추세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75조8371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7495억원 늘어났다. 지난 6월 말(664조868억원)과 비교하면 넉 달 새 11조7503억원이 불었다.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배경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있다.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은행권에 적극적인 기업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던 돈을 기업 투자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는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73%로 전월(0.67%)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이 중 중소기업 연체율은 0.07%포인트 오른 0.8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도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면서도 “중소기업 대출이 늘수록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사업성 등을 보다 면밀히 심사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이날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놨다. 한은의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성장이 둔화했는데, 이는 민간 투자 위축 영향이 컸다. 투자가 부진했던 이유는 한계기업들이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신생기업이 진입하는 ‘정화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한 탓으로 분석됐다.

한은 분석 결과 2014∼2019년 퇴출 고위험기업 비중이 전체의 약 4%였는데, 실제 퇴출된 기업은 절반인 2%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인 2022∼2024년에도 실제 퇴출 기업 비중(0.4%)은 퇴출 고위험기업 비중(3.8%)에 크게 못 미쳤다. 두 시기에 고위험 기업군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국내 투자는 각 3.3%, 2.8% 늘고 국내총생산(GDP)도 0.5%, 0.4%씩 더 성장했을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한은은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시장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며 “유동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 혁신적인 초기 기업 등에 금융지원을 선별적·보조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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