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세문경·금동여래입상 등 보존 처리
“온고지신의 교훈처럼 옛것에서 배워야”
시간 앞에 별수 없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문화재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훼손되는 문화재가 원형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 분야가 바로 ‘보존과학’이다.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용어지만 그 역사는 반세기가 다 돼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76년 낡은 책상과 간단한 도구만을 갖춘 작은 사무실에서 보존처리의 첫발을 떼었다. 약 49년간 3만6000여 점의 문화재가 보존과학부의 손길을 거쳤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달 개관한 보존과학센터를 두고 ‘문화재 종합병원’이라고도 비유했다.
모든 문화재가 같아 보일지라도 서화(그림), 금속, 직물, 목재 등 재질에 따라 보존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내 보존과학센터에서 20년 넘게 금속 보존과학에 몸담아온 박학수 학예연구관을 만나봤다.
-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 역사가 내년에 50주년을 맞지만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어떻게 업으로 삼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다. 집 뒤 뜰에 석탑도 있었고 불상도 있었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 때 고고야금학(과거에 인류가 금속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연구하는 학문) 수업을 들었는데 흥미로웠다. 그게 인연이 돼서 박물관까지 오게 됐다.”
박 연구관은 1998년 경기도박물관에서 4년간 근무하다가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했다.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특별상으로 받은 후 기증한 청동투구(보물 제904호), 다뉴세문경(국보 제141호),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국보 제119호) 등 500점가량의 금속 유물 보존처리 작업에 참여했다.
- 금속 보존처리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금속 보존처리 과정은 크게 △기존 상태 조사 및 성분 분석 △이물질 제거 △안정화 및 강화 처리 △문화재 복원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보존과학부를 비롯한 고고미술학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업해 진행한다.”
유물 보존처리 과정의 첫 단계는 현 상태의 조사다. 육안, 현미경 등을 통해 문화재 손상 정도나 크기 및 무게 등을 파악한다. 다음으로는 성분이다. 가령 청동인지 철인지 주석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보존처리 카드에 수기로 작성된다.
유물 조사가 완료되면 고고역사부 등과 같이 보존처리 방향을 결정하는데 핵심은 유물의 원형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다. 유물에 해로운 이물질도 제거해야 한다. 이물질 종류에 따라 고압 유리 파우더로 이물질을 갈아내거나 약품을 써서 녹인다.
금속 유물은 오랜 시간 흙에 매장됐기 때문에 안에 있는 염분기를 없애야 한다. 이는 유물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탈염 용액에 유물을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담가 놓는다. 그다음에 진공 건조를 하고 합성수지 등으로 코팅해서 강화 처리를 한다.
마지막은 복원 단계다. 유물의 깨진 조각들을 맞추거나 파손된 부분은 새로 만들기도 한다. 복원된 부분을 기존 부분과 비슷하게 색을 칠하면 끝난다.
- 이런 기나긴 복원 과정에서 특별히 중요한 부분을 꼽는다면.
“문화재 원형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원형에 없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의미가 담겼다면 그대로 둬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의 혈의(血衣)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핏자국은 지우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 서화, 석재, 자기 등과 달리 금속 유물만의 특징이 있다면.
“금속은 녹이 슨다. 그냥 두면 저절로 녹이 슬기 때문에 다른 유물에 비해 안정화시키는 게 어렵다. 금속은 광석을 제련해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 안정된 상태인 광석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녹이 발생한다. 금속의 표면에 부식을 방지하는 코팅(안정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속에서도 녹이 생겨 금속이 갈라진다. 금속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은 원래대로 흐르려는 시간을 멈추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보존처리 작업 중 가장 까다로웠던 유물은 뭔가?
“국보 제141호 정문경이다. 다뉴세문경이라고도 알려졌다. 이 유물은 청동기 시대 만들어진 잔무늬 거울이다. 반복되는 동심원과 규칙적인 직선으로 그려진 삼각 문양 등 세밀한 무늬가 많은 게 특징이다. 없어진 조각들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문양을 새로 새겨 넣기가 쉽지 않았다. 선의 간격은 약 0.4mm 정도로 아주 세밀했는데 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바늘로 그리면서 구현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유물이 있다면.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을 처리했을 때다. 6세기 고구려 때 만들어진 불상은 1960년대 발견됐다. 그 당시 보존처리 된 불상을 2013년 재보존처리 하는데 참여했다. 균열이 있는 광배를 고정하기 위해 있던 클립을 바꿨는데 재료를 다르게 했다. 기존에는 황동이었는데 훨씬 가볍고 강한 타이타늄으로 신규 제작했다. 또 광배에 균열이 난 부분을 투명한 소재로 채웠다. 그래야 관람객 눈에 거슬리지 않고 유물이 오래 버틸 수 있다.”
초기 연구자인 고(故) 이상수 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장은 “보존과학이란 말도 낯설던 시절, 유물이 사라지면 우리는 과거를 무엇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박 학예연구관 또한 문화재는 선조나 인류가 활동한 지식의 총체이기에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과거의 문화재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옛것을 보존하고 거기서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 말처럼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의지 덕분에 보존과학 분야도 많이 발전했다. 특히 분석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낡은 책상에서 개당 몇원도 안 되는 이쑤시개나 접착제, 현미경으로 시작했는데 현재 18억원짜리 최첨단 CT 장비까지 갖추었다. 이제는 문화재 내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앞으로 보존처리를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인만의 ‘한 끗 차이’가 있다면.
“주어진 시간과 기술, 축적된 지식 등 주어진 환경에서 과거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여러 부서가 협업해야 하다 보니 무조건 튼튼하게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미적인 부분만 고려할 수도 없다. 수많은 고민과 종합적인 판단 끝에 내려진 결정이 쌓여야 비로소 유물은 관람객 앞에 설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준비를 세심하게 한다. 잘 모르면 물어보고 방법도 많이 살펴보면서 항상 배우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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