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자산이 5억6000만원을 돌파하며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정작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 여건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증가는 대부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에 그친 반면, 소득 증가율은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여기에 부채 부담까지 커지며 실질 소비 여력이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채 빠르게 증가…64%“원리금 상환 부담돼”
9일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자산은 5억 667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9% 늘었다.
실물자산 비중은 75.8%로 4억2988만원을 차지했다. 금융자산은 1억3690만원(24.2%)이었다.
자산이 늘었지만 가계의 ‘실탄’이라 할 수 있는 소득 증가율은 부진했다. 2024년 가구당 연간 평균소득은 7427만원으로 3.4% 증가, 처분가능소득은 6032만원으로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체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도 빠르게 불어나며 생활 여력을 압박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가구 평균 부채는 9534만원(전년 대비 4.4% 증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금융부채는 6795만원으로 2.4% 늘었다.
특히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64.3%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된다’고 응답, 금리 변동이나 경기 둔화에 따라 충격을 받기 쉬운 취약한 구조가 드러났다.
◆자산 격차, 통계 작성 이래 ‘최고’…불평등 구조 고착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 역시 5.78배로 확대, 상대적 빈곤율도 15.3%로 상승했다.
경제 회복세가 고르게 퍼지지 않고,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는 ‘이중 불균형’ 현상이 드러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상위·중산층 자산을 밀어 올리는 반면, 청년층·무주택층·저소득 가구에는 부담으로 작용해 체감 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득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며 청년·신혼·무주택 가구의 자산 형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자산 격차의 대물림’, ‘영끌·비자발적 대출 의존도 증가’, ‘소비 여력 축소’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가계의 자산 증가는 대부분 부동산 가치 상승에 기인한 ‘평가이익’이며, 실제 소비 여력을 결정하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를 앞지르면서 실질 생활여건은 오히려 압박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이 늘었다고 해서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금융부채 중 상당 부분이 주택 관련 대출로 고정되어 있고, 원리금 상환 부담을 느끼는 가구 비율이 60%를 넘는다는 점은 향후 금리 변화에 가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청년·무주택층 타격 더 커…자산은 남의 얘기, 부담은 현실”
또 다른 전문가는 “순자산 지니계수가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점은 자산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부동산 중심의 자산 증가가 하위 계층에는 체감되지 않는 반면, 상위 계층에는 불로소득을 통해 더 큰 자산 축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득 증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부채 부담이 커지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 형성이 어려운 청년층·무주택 가구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자산은 늘었으나 삶은 더 팍팍해지는’ 체감 격차가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지속적인 자산 격차 확대를 완화하려면 부동산·금융시장 안정뿐 아니라 소득원 다변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근로소득 의존도가 높은 가구를 위해 생산성 향상, 임금 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부채 상환 부담을 줄이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했지만 이는 거시 경기 회복보다 ‘자산시장 호조’의 영향이 크다.
반면 실질 소득 개선이 더디기 때문에 경기 체감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커지면 소비 위축과 경제 둔화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상대적 빈곤율이 상승한 것은 단순한 경기 문제를 넘어 사회구조적 위험 신호라는 분석도 나왔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사회적 이동성도 낮아질 수 있다.
자산은 늘었지만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부동산 중심의 자산증가, 정체된 소득, 늘어나는 부채 이 3가지가 합쳐지면서 가계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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