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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재일교포 지방참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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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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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방선거선 국적자만 투표
세금 내고 생활상 책임지지만
자치행정 의사반영 통로 제한
한·일 셔틀외교서 논의되기를

지난해 이맘때였다. 도쿄 미나토구 아자부주반에 있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강당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소가 차려졌다. 분위기나 절차는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투표소가 비교적 한산하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일본 전역에 거주 중인 재외선거권자 41만여명 중 선거인 등록을 마친 3만8000여명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됐고, 투표 기간도 엿새로 길기 때문이었다.

“선거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용이 너무 낮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 하는 분에게까지 투표권을 주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투표를 앞두고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푸념도 들렸지만,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결정할 선거에 의사 표현을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직장인들은 출근길에 투표하려고 일찌감치부터 줄을 섰다. 이날을 위해 연차를 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유태영 도쿄 특파원
유태영 도쿄 특파원

이곳에서 만난 재일본 유권자들은 “계엄·탄핵으로 어수선해진 조국을 생각하며” 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을 오갔던 한·일 관계를 떠올리며”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전 세계의 재외국민은 약 20만명. 전체 투표자 3523만명의 0.5% 비중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할 소중한 기회였다. 취재를 마친 기자들도 각자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한 뒤 민단 건물을 나섰다.

6·3 지방선거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국외부재자 신고 안내도, 재외선거 투표 안내도 없다. 대선,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는 국외 투표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단 해외동포뿐 아니라 유학, 주재원 파견 등으로 일시 체류 중인 국외부재자도 투표일에 맞춰 귀국하지 않는 한 투표를 할 수가 없다.

지역 권력지도가 바뀌자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지위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등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 주민으로서 삶에 체감하는 변화가 생기는 걸 겪은 적이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해되는 구석도 있다. 현시점에서 ‘주민’으로서 지위가 애매하고 귀국 후 어느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지도 알 수 없다.

광복 전 일본에 거주하던 이들과 그 자손들인 25만 특별영주자를 비롯한 재일교포들의 박탈감은 결이 좀 다르다. 이들은 애초 일본의 주민이기에 한국 지방선거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일본 지방선거에서는 일본 국적자가 아니어서 배제된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세금을 내고 생활상의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지역 자치행정에 의사를 반영할 통로는 제한된 셈이다.

민단은 1988년부터 지방참정권 획득을 최대 역점사업으로 삼고 있다. 민단 출범 80주년인 올해 신년회에서도 일본 각 정당의 참석자들이 지방참정권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을 때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재일교포 지방참정권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빈 방일했을 때 문제를 제기해 일본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활발해진 바 있다. 영주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판례도 있다. 일각에서 상호주의를 내세워 반대했으나, 한국은 이미 2005년 ‘영주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게 지방선거에 참여할 길을 열어준 터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일본 1857개 지방자치단체 중 963곳(52%)이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채택할 정도로 공감대가 확산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영주 자격, 경영·관리 비자 요건 강화 등 최근 엄격해진 일본의 외국인 정책을 보면, 재일교포 지방참정권 문턱은 더 높아진 것 같다. 일본 외국인 정책을 담당하는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상은 며칠 전 ‘영주권’을 언급하는 기자에게 “영주는 권리가 아니라 요건을 충족한 뒤 허가받는 것”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재일교포 지방참정권 문제는 단순한 외국인 정책이 아니다. 불행한 과거사를 배경으로 일본 곳곳에 뿌리내린 이들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참정권을 원하거든 귀화하라”(2006년 히로시마 현의회 의장)고 윽박지를 것인가. 이제 재개를 넘어 안착화한 한·일 셔틀 외교에서 이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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